정제되지 않은 순수예술…정신장애인들 내면 그린 '아르 브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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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색깔이 혼자가 아니라 일곱 개가 모여 있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전국 아르 브뤼 아트 공모전 대상을 받은 김민수(15)군이 그림 주제로 무지개를 선택한 이유다.
김 대표는 "아르 브뤼 작가 중에는 미술과 관련해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이 드물다. 정신병원 침대에서 혼자 그림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며 "주류 미술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들의 예술활동도 인정받도록 하는 게 전시의 목표"라고 아르 브뤼의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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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예쁜 색깔이 혼자가 아니라 일곱 개가 모여 있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전국 아르 브뤼 아트 공모전 대상을 받은 김민수(15)군이 그림 주제로 무지개를 선택한 이유다.
김군은 발달장애 학생 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수학교 부천혜림학교에 재학 중이다. 수상작 '아름다운 무지개 세계'에는 김군뿐 아니라 곰, 개미, 슈퍼히어로 배트맨, 외계인, 수박인간 등 다양한 종과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가 함께 살고 있다. 단체생활을 상징하는 개미집을 본뜬 생활공간에는 각자 저마다의 무지개색으로 칠한 방이 있고, 언제든 서로 놀러 갈 수 있다.
10일 2023년 정신건강 홍보주간을 맞이해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아르브뤼 주최,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제7회 전국 아르 브뤼·아웃사이더 아트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아르 브뤼(Art Brut)는 프랑스어로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을 의미하며, 소수자 미술을 일컫는다.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가 주로 정신장애인의 창작 작품을 지칭하는 말로 1900년대 중반에 처음 사용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정신장애 당사자인 아르 브뤼 작가 68명과 지도교사 9명에 상장과 상품이 수여됐다. 이 중 치열한 경쟁을 통해 8명의 작품이 대상작에 선정됐다.
김민수 군은 학교 교과 미술수업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몬스터나 닌자 등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해 그려내는 것을 좋아했지만 처음에는 미술시간에 잠깐 캐릭터의 일부를 그리는 정도에 그쳤다.
점차 그림에 흥미를 붙이고 실력과 집중력이 늘며 반년 동안 틈틈이 그린 첫 완성작 '아름다운 무지개 세계'를 출품하게 됐다. 김군은 "책읽기나 운동보다 미술이 좋다. 미술시간은 늘 행복하다"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미술전담 특수교사인 지도교사 한송이 씨는 "그림은 언어적인 표현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감정과 정서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며 정신장애인 미술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씨는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학생들이 많이들 자신감을 갖게 됐고, 다른 교과 수업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더 많은 공모전이 열려 이런 기회를 늘리고 대중들도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와 공모전을 주최한 한국아르브뤼 대표 김통원 성균관대 교수는 17년 전부터 정신장애인 작가를 발굴해 전시하고 예술활동을 지원해 왔다.
김 대표는 "아르 브뤼 작가 중에는 미술과 관련해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이 드물다. 정신병원 침대에서 혼자 그림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며 "주류 미술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들의 예술활동도 인정받도록 하는 게 전시의 목표"라고 아르 브뤼의 의미를 전했다.
또 "정신장애인에게는 '용기를 낸 경험'이 중요하다. 집 밖으로 나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게 당사자와 가족의 삶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강렬한 색채의 여인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주영애씨의 작품을 포함해 수많은 아르 브뤼 작품을 수집해 왔다. 이 작품들을 기증해 아르 브뤼 전문미술관을 세우는 게 목표다.
한국아르브뤼가 소장한 작품은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수장고식 전시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르 브뤼·아웃사이더 아트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는 11일 오후 4시까지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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