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한국서도 고국 걱정에 전전긍긍…의견 달라도 "평화" 한목소리

김정진 2023. 10. 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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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에 사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오셔르 리츠만 씨는 "이스라엘에서 공부 중인 딸이 한국에 잠시 왔는데 내일 예정됐던 비행편이 취소돼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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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인 인터뷰…"가족·친구와 매일 같이 통화"
고국행 비행편 취소로 발 묶이기도…"무고한 죽음, 너무 슬프고 비극적"
이스라엘인 오셔르 리츠만(41)씨 [촬영 최원정]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이율립 최원정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에 사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대교 회당에서 만난 랍비(유대교 율법학자) 오셔르 리츠만(41)씨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2008년 고국을 떠나 한국에 왔다는 그는 "이스라엘에 있는 가족 대부분이 전장에 있다"고 전했다.

"부모님은 이미 연세가 많아 집에 계시지만 랍비인 형은 부상자와 그 가족을 매일 밤낮으로 돕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형은 두 달 전 아이를 낳았는데 지금 군대에 있어요. 어젯밤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연락을 자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이스라엘인 A(23)씨도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가족과 매일 같이 통화하고 있다.

그는 "가족들이 가자지구와는 좀 떨어진 텔아비브 쪽에 살고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이전까지는 미사일만 발사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하마스 군인들이 들어와 사람을 죽이고 납치까지 하니 더 큰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 롤라 알주하야르(24)씨 가족들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국에 있는 가족을 걱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도 마찬가지다.

한국외대에서 국제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롤라 알주하야르(24)씨도 "거의 24시간 가족·친구들과 연락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라말라(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행정수도)에 있는 제 가족과 친구들은 안전하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요르단 서안지구를 침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어요. 불안하고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는 "결혼한 언니의 가족이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으로 둘러싸인 곳에 살고 있다"며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 위협에 놓여 있다. 제 두 조카가 그런 상황에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에 발이 묶인 이들도 있다.

오셔르 리츠만 씨는 "이스라엘에서 공부 중인 딸이 한국에 잠시 왔는데 내일 예정됐던 비행편이 취소돼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스라엘인 B(31)씨도 오는 13일 고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취소됐다며 "항공편이 없어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다행히 가족들은 안전하다고 연락받았지만,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 롤라 알주하야르(24)씨 조카들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쟁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의견은 각기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평화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롤라 알주하야르 씨는 "미디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한 가족 전체가 역사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본다. 너무 슬프고 비극적"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우리 국민이 죽임을 당하고 고통받는 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어 "양쪽 모두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며 "나는 폭력과 죽음이 아닌 이스라엘의 우리 땅 점령이 끝나기를 원할 뿐이다. 우리 국민들이 땅을 되찾고 존엄하게 살 정당할 권리를 갖길 바란다"고 소신을 밝혔다.

오셔르 리츠만 씨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증오를 위한 증오일 뿐"이라면서 "나는 오직 평화만을 원한다. 더 이상 전쟁이 없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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