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동원령에 인력난 우려 커진 이스라엘 “테크 허브 위상 흔들”

이용성 기자 2023. 10. 10.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스라엘 경제를 지탱하는 하이테크 산업과 스타트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 시내 중심가.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이 대규모로 예비군을 소집하면서 각 기업들의 ‘인력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 정세 혼란으로 이스라엘로 몰려들던 글로벌 투자금이 끊기거나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이테크 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이스라엘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로, 나라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 국내 일자리의 14%와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이스라엘은 천연자원도 없고, 땅이 좁아 제조업이 발전할 여지도 없는 나라다. 대신 온 국력을 첨단 기술 개발에 쏟으며 온 국민의 기술 창업을 독려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에는 현재 9500개의 테크 기업이 활동하며 전 세계에서 투자금을 쓸어 모으고 있다.

인구가 1000만명이 채 안 되는 이스라엘은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 6.3%를 달성했다.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투자, 수출, 소비가 모두 호조를 보인 결과다. 극심한 글로벌 불황에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이 2.9%에 불과한 가운데, 6%대 고성장을 이뤄낸 것. 지난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는 약 20조원(155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는 한국(6조7640억원)의 3배 수준이다.

그런데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은 전례가 없는 30만명 규모의 예비군을 소집했다. 이와 관련해 크레셋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잭 애블린은 로이터에 “기술 기업의 직원들이 예비군으로 소집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유명 벤처캐피탈(VC)의 회장인 슈무엘 차페츠(41)는 이날 군대에 자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를 비롯한 회사의 여러 직원과 투자사의 직원들도 징집됐다. 당분간 이스라엘 하이테크 스타트업들이 정상 운영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심사하는 일 또한 ‘올스톱’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텔아비브에 있는 인텔 건물의 로고.

이스라엘을 ‘연구 허브’로 삼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메타, 구글 , 애플을 비롯해 500여개 다국적 기업들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50년 전부터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온 인텔이 이번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인텔의 4대 생산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 등 스타트업 인수에도 활발했고, 지난 6월에는 250억 달러를 투자해 이스라엘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텔아비브행 비행기가 중단되면서 이스라엘에서 열리던 하이테크 행사들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이달 15~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AI 서밋’을 취소했다.

블룸버그는 “올들어 이스라엘 창업계는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된 내부 정치적 갈등으로 이미 침체에 직면해 있었는데, 전쟁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자본을 이스라엘 밖으로 이전하고, 해외 투자 유입은 급격하게 둔화돼 현지 스타트업들이 고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항공·물류에서 테크 분야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시아·유럽·미국의 다수 항공사는 이스라엘 주요 도시 텔아비브행 직항편 운항을 중단했다.델타항공은 이달 말까지 텔아비브행 직항편 운항을 취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사태 추이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루즈 선사 로얄캐리비안 등은 해당 지역 여행 일정 다수를 조정했고, 물류업체 페덱스는 이스라엘 내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미국 대형 에너지업체인 셰브런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북부 해안 타마르 가스전의 문을 닫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이곳은 이번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타깃이 된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에서 불과 24㎞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이밖에 자라·H&M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현지 점포들도 문을 닫았다.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은 직원들을 재택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