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면 곁에 남편이?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까?

김용 2023. 10.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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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헬스앤]
노인이 노인(배우자)을 간병하는 시대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이 더욱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

"힘들어도 내가 돌봐야 했는데...저승에서 어찌 볼꼬..."

어느 장례식장에서 8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죽은 것은 내 탓이다. 내가 남편을 요양병원에 보냈다'는 의미의 말도 했다. 집에서 자주 신장 투석 병원에 오가는 남편을 요양병원에 보냈더니 불과 한 달여 만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시중드는 게 힘들더라도 병든 남편을 집에서 끝까지 돌봤더라면 더 오래 살 수 있었다는 후회였다.

노인이 노인 돌보는 시대... 마지막 '고독한 결정'?

요즘은 '노-노 간병'시대다. 노인이 병든 노인을 돌봐야 한다. 자녀들이 노부모의 간병을 하는 것은 줄어들고 있다. 아내나 남편을 요양병원에 보내는 결정도 늙은 배우자가 해야 한다. 자식들이 "어머니 힘드시니 아버님을 병원에 모시자"고 권해도 거절하면 그만이다. 배우자가 노년에 선택하는 최후의 '고독한 결정'은 요양병원 입원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린 요양병원 입원은 노인들이 매우 꺼려하는 곳이다. 그래도 가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다. 집에서 간병을 할 수 없으니까...

자다가 편하게 죽는 게 소원이지만... 현실은?

장수 노인도 생의 마지막은 앓다가 죽는다. 자다가 편하게 죽는 게 소원이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입원한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을 언제까지 누릴까?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2021년)은 86.6년으로 남성(80.6년)보다 6년 더 길다. 하지만 앓는 기간(유병 기간)이 남자보다 5년 정도 더 길다. 결국 오래 사는 기간의 대부분을 질병의 고통에서 지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유병 기간'은 여러 의미가 있다. 많은 노인들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관련 약을 여러 종류 복용하고 병원에 자주 가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적절히 투약을 받으면서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크고 작은 병은 있어도 건강수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근력도 있어 아픈 배우자의 시중을 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의 건강수명 73.1... 미국(66.1)보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보정 기대수명'은 가벼운 만성 질환은 제외한 '건강수명'이다. 통계상 미진한 부분을 보충(보정)하여 질병, 사고 때문에 일상생활을 원활히 하지 못하는 시점을 추정한 것이다. 이 방식대로 하면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73.1년(2019년 기준)이다. WHO가 추정한 일본(74.1년), 싱가포르(73.6년)에 이어 3위다. 미국(66.1년), 영국(70.1년), 독일(70.9년), 프랑스(72.1년)보다 한국의 건강수명이 더 길다.

'건강한' 노인을 어떻게 볼까? 질병이나 복용 약이 많아도 스스로 걷고 씻고 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요즘은 90세가 넘어도 혼자 사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허리가 굽고 근육이 빠져 지팡이를 사용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노인 부부가 거동이 가능하면 한 사람이 아파도 자녀의 도움 없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노인이 노인 돌보다가... 치매, 뇌졸중의 경우는?

요즘 노인들은 배우자가 병이 들면 집에서 스스로 돌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역시 가장 힘든 것이 치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파킨슨병 등 거동이 힘든 병을 앓는 경우다. 혼자서 화장실 출입도 할 수 없다면 시중드는 배우자가 몇 배의 힘이 든다. 처음에는 "평생 고생한 사람을 내가 돌보겠다"며 의욕을 불사르지만 병이 오래 가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결국 마지 못해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 유행 기간이 아니더라도 다인실 병실은 폐렴 등 감염병 위험이 높다. 폐렴은 노인의 사망률이 높은 위험한 병이다.

집에서 병든 배우자 돌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현실은?

일주일 전 이 글에서 병든 아내를 간병하기 위해 고기도 매일 먹고 근력 운동을 한다는 90대 노인을 다룬 적이 있다. 남자 노인들은 임종이 가까워지면 아내에게 "못난 남편을 만나 평생 고생시켜 미안하다"는 후회의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늙어서도 부지런히 근력 운동을 하는 그 노인은 "허튼 말 대신에 끝까지 아내를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건강수명을 몇 살까지 누릴까? 병든 나 때문에 남편, 아내, 자녀가 고생하진 않을까? 가족들 부담을 주지 않고 나 스스로 요양병원에 들어갈 수 있을까? 90세, 100세 시대는 주위에 피해주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간병 전문 인력의 재택 돌봄을 확대한다면 나이든 배우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늙은 부부가 서로의 손을 잡고 사랑과 위로의 말만 전하는 시대가 빨리 오길 기대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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