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플랫폼 비즈니스는 자율규제가 정답
우리나라는 국가 혹은 관료 주도 체계적 계획하에 경제 성장을 이룬 대표적 국가다. 따라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당연하게 여겨졌으며, 오히려 자율은 정부의 방임으로 치부됐다. 결국 정부의 지원과 규제가 당근과 채찍처럼 시장을 규율하는 주된 수단이 되면서 관료와 시장은 긴밀한 상호작용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초기 전통적 기간산업에는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올 지 모르나,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적절치 않다.
특히 혁신적 아이디어와 빠른 변화·이동성, 글로벌 유행성 등을 속성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더욱 그렇다.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한다면 시장행위자 스스로 규제 집행 기준과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의지를 인수위 시절부터 전향적으로 보여준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를 집행하는 정부 관료의 움직임이 우려스럽다. 정부가 주도하는 자율규제가 실익을 반감시키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공정위가 발표한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다.
우선, 가이드라인 첫 문구에서 '이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그 내용이 법 위반 여부 판단 기준으로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강력한 시장 규제기관인 공정위가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자율'이라고 보기 어렵고, 구속력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마련하는 이런 유형의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규제 입법 전에 그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이드라인은 그림자 규제로써 사업자들의 영업방식을 제한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이런 위축된 환경에서 시장에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에는 이미 20여년간 소비자 기망행위 및 거짓, 허위 상술을 규율해 온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 공정화법', '전기통신사업법', '약관규제법' 등에서 정하는 위법행위와 적법한 마케팅 행위를 동일선상에서 취급하고 있다.
특히 다크패턴 유형으로 제시한 '감정적 언어사용', '시간제한 알림', '낮은 재고 알림',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등' 은 이미 오프라인이나, 방송(홈쇼핑)에서도 전형적으로 행해온 정상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공정위가 진정한 자율관리를 추구한 것이라면 사업자 스스로 자율규약을 만들고 준수하도록 독려했어야 할 것이다.
사업자들이 사악한 이익 추구의 탐욕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자율적 행위 기준을 만들어 준수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소비자의 외면 및 경쟁의 도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기준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 또,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고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즉, 정부의 역할은 일차적으로 '자발적 자율규제'가 잘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자발적 자율규제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입증됐을 때 정부가 개입하는 '공동규제'가 고민돼야 한다. 규범의 지나친 후견 기능으로 시장의 자정능력이 무시 혹은 억제돼서는 안 된다. 불순한 상술에 대한 소비자의 외면과 그로 인한 사업자의 시장 도태라는 선순환적 자율·자정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플랫폼 기업이 시행하는 자발적 자율규제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9월 국내 대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는 이용자 보호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자율기구를 공식 출범했다. 다크 패턴 방지를 위한 서비스 점검, 검색 품질 저해하는 어뷰징 대응책 마련, 분쟁조정절차 개선 등 그간 정부가 주도하려 했던 규제이슈를 자발적 정책영역으로 가져온 것이다. 창립 후 9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한 개인간 거래(C2C) 플랫폼 당근마켓도 지난 해 4월 순수 민간전문가로만 구성된 자율기구를 발족한 바 있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이 좌초되지 않도록 정부는 한 발짝 뒤에서 진정한 자율환경 조성을 위한 숨고르기를 해야 할 때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hkyungkim@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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