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피해자 주소 열람’ 3662건…구멍 뚫린 신변보호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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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나 성폭력, 가정폭력 가해자가 민사소송을 건다는 명분으로 주민등록 등·초본을 열람하거나 교부받아 피해자의 주소를 확인한 경우가 366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건다며 법원을 통해 '주소보정명령서'를 받아 주민센터로 가면, 해당 기관은 명확한 지침이 없어 이들의 주민등록표 등·초본 열람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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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나 성폭력, 가정폭력 가해자가 민사소송을 건다는 명분으로 주민등록 등·초본을 열람하거나 교부받아 피해자의 주소를 확인한 경우가 366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민등록 열람·교부를 제한한 전체 건수(5051건)의 72.5%에 달하는 수치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보복성 범죄가 잇따르는 현실에서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에 사실상 구멍이 뚫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민등록 열람·교부 제한 건수는 연간 5000여 건으로 지난 5년간 1.5배 늘었다. (이 중) 가정폭력으로 인한 열람·교부 제한 신청 건수는 전체의 54.7%인 2766건으로 상당히 많은데 열람·교부 제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건다며 법원을 통해 ‘주소보정명령서’를 받아 주민센터로 가면, 해당 기관은 명확한 지침이 없어 이들의 주민등록표 등·초본 열람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가 주소를 옮겨도 바뀐 주소를 가해자가 알아내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주민센터는 주민등록표 열람을 요청하는 이들이 가정폭력 가해자인지 여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피해자가 소송 관련 문서를 등기가 아닌 전자로 받을 수 있게 신청 가능한 ‘전자소송 사전포괄동의제도’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이마저도 1년의 유효기간이 있어 매년 새로 갱신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권 의원은 “피해자들은 실제로 (주민센터에서) 이 제도와 관련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제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또 직접 (제도를) 신청해보려 했는데 사이트에 오류가 발생하고 절차도 복잡해 실패했다”라고 비판했다.
제도 개선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권 의원은 “가해자가 자신의 주소를 알고 있고 계속 접촉한다고 하면 피해자에게 그 이상의 공포는 있을 수 없다. 이혼한 부인을 (남편이 찾아와) 살해한 사례 등도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난 6월에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는데 (피해자 신변보호를) 강화하는 (정부의) 방침은 보이지가 않는다”라며 “(장관이) 피해자가 한 번 돼보시라”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지적받은) 홍보 문제, 각종 제도의 운영상 허점은 철저하게 준비해서 (제도를) 보완하겠다”라며 “(‘전자소송 사전포괄동의제도’ 역시) 대법원과 협의해서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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