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 여성 시단 대표 원로 김남조 시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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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사랑과 설렘, 희망의 소중함을 시에 담았던 김남조 시인이 10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써낸 그는 '사랑의 시인'이라 불렸다.
가톨릭문인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역임했고, 1990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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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접어둔 책과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까지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김남조, 시 '좋은 것' 중)
일평생 사랑과 설렘, 희망의 소중함을 시에 담았던 김남조 시인이 10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6세.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재학 중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써낸 그는 '사랑의 시인'이라 불렸다. 3년 전인 2020년에는 등단 71년 차인 93세의 나이에 시집 '사람아, 사람아(문학수첩 발행)'를 발간할 정도로 최근까지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의 시는 사랑과 기도의 시였다"면서 "일관되게 강조한 사랑과 기도를, 때로는 종교적으로 때로는 개인의 서정 세계로 폭넓게 고양한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여성 시단의 대표 원로로 활약하면서도 후학 양성과 문단 발전에 힘 쏟았다. 1955년 숙명여대에서 전임강사로 처음 강단에 섰고 1993년 명예교수로 정년퇴임했다. 가톨릭문인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역임했고, 1990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남편 고(故) 김세중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함께 지내던 서울 용산구 효창동 자택을 2015년 사재 5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했다. 고인은 2021년 미술관 전시를 관람하며 이같이 부부 생활을 회고하기도 했다. "집에 돈을 안 가져다주고 그래서 안 좋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나쁜 아내였어.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기다리던 아내가 아니었지. 글을 쓴다고 바빴거든. 내 시간과 관심을 가족이 아닌 글에 쏟았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 확인 문구'로 고인의 시 '편지'의 구절인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가 제시되어 수많은 수험생의 마음을 어루만져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2일이다. 장례는 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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