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강사 10명 중 6명 돌봄·교육 자격증 없다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이른바 '영어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강사 10명 중 6명은 돌봄이나 교육과 관련한 자격증이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전직 영어유치원 교사들은 영어유치원이 '아동발달에 부적절한 환경'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3월 24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통해 전국의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대해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한 특별점검을 각 교육청에 요청하면서부터 유아대상 영어학원, 일명 '영어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상반기 특별점검이 진행됐다.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함께 자체 실태조사 내용과 더불어 교육부가 제출한 특별점검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10일 첫 번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3회에 걸쳐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김영호 의원실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김영호 의원은 '지난 6월 교육부의 사교육경감대책에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무자격 강사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는데, 유아대상 영어학원 강사 자격 기준이나 선발 요건을 명확히 하는 법, 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영어유치원'의 '원어민' 강사 10명 중 6명은 무자격... 면접도 '스카이프'로 간단히
서울시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근무하는 강사 2만 432명 중 외국인 강사는 9271명으로 전체의 약 45.4%를 차지했다. 외국인 강사 중 자격증 소지자(유치원교사, 보육교사, 초중등교사, TESOL자격증 중 하나라도 소지한 경우 포함)는 3345명으로 약 36.1%로 확인됐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강사 중 63.9%, 즉 10명 중 6명 이상은 자격증 없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 면접도 화상 전화 앱인 스카이프로 간단하게 진행하는 등 외국인 강사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전했다.
무자격증 강사 고용의 문제는 내국인 강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국인 강사의 약 31.3%만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일하고 있었으며(무자격증 68.7%), 유아대상 영어학원에서 일하는 전체 강사의 경우에는 약 33.5%만이 자격증이 있었다. 66.5%가 무자격증으로 아이들 대상 돌봄과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유아의 돌봄과 교육은 유아 발달상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 발달의 과정을 이해하고 교사로서 이를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교사가 맡아야 한다. 최소한 아동의 돌봄과 교육에 대한 이론적 소양을 갖춘 사람 즉 자격증 소지자를 기본 조건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동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과 성장을 담보하는 선결조건"이라며 "더 나아가서는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문제 즉, 유치원 어린이집과 같은 수준의 관리감독 체계가 미비한 점 등의 문제까지도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4월 5일부터 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직 유아대상 영어학원 교사 4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했다. 교사들은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문제점으로 △원어민 교사의 자질 문제, △담임이 없는 경우 등 아동 발달단계에 부적합한 체제로 운영 △질낮은 급식, △놀이터의 부재, △수준 낮은 교재, △아동의 부적응 및 중도이탈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
"(원어민강사가) 자기는 여기 온 지 일주일 됐는데 1년을 한국에 여행 겸 이렇게 왔다가 알바식으로 자기는 오전만 뛰고 간다고 했다...그냥 영어만 할 줄 알면 원하는데 취업이 되는 구조."
"아동 발달에 대한 이해가 없다. 애가 나한테 뭔가 얘기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으니까 반응을 해줄 수가 없다."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서 30~40분동안 못알아듣는 말을 들어야 한다...책임과 의무 없이 원어민이 갑."
"교실은 같고 선생님들만 바뀌는데 단편적인 것들만 하다 보니 경험이 연속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분절적인 하루 일과로 아이들이 몰입할 시간 부족."
"식사, 화장실 등 일상생활 지도 부재. 최소한 한두명이라도 유아교육 전공자들이 있어야 했다."
◇ 月200만 원 내는데... 질 낮은 급식과 허접한 교재, 놀이터도 없이 '멍하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이들 기관이 적용받은 학원법에서는 급식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학원에 대해서만 급식규정이 있을 뿐이다. 기숙학원이 대표적인 예다. 학원은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50명 이상일 경우에는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로 신고하여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나 50명 미만일 경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식품위생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학원법에서 학원 급식 기준이나 그 허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근거 법령이 없는 상황이다. 근거 규정이 부족하다보니 피해를 받는 것은 오롯이 아동이다. 잘 운영되고 있는 기관도 있겠지만 이들 반일제 이상 학원들에서 불량 급식 문제가 나올 때마다 법적 근거 미비의 문제가 늘 제기되고 있다.
모든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에 응한 교사들은 해당 유아대상 영어학원들의 급식의 질이 낮아서 화가 났다고 증언했다. 아이들이 먹기에 간이 너무 짜거나, 인원수보다 터무니없이 모자르게 건더기없이 국물만 흥건한 국이 제공되어, 고기와 두부를 잘게 잘라서 먹인 사례도 있었다. 또한 이런 식단들이 영양학적으로 균형있게 짜여진 것이 아니었고 주먹구구식으로 마련되었다는 점, 원어민 강사는 한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식사지도를 거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영유아가 종일 머무는 곳임에도 아동의 건강한 발달에 필수인 놀이터가 없었다는 점, 전문교재 아닌 질 낮은 교재로 수업을 진행했다는 점, 부적응과 중도이탈 사례도 있다는 점 등도 함께 지적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처음에 학원에 오면 10명 중 7명은 힘들어하다가 일반 유치원에 옮겨가는 경우도 많고, 특히 우울감이나 틱장애와 같은 소아정신과적 소견을 보이는 아동을 경험한 교사도 있었다. 아동 발달에 맞지 않는 환경과 소통, 조기영어교육의 영향으로 아동의 소아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오롯이 부모 개인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여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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