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 후보는 누구? 하마평 오르는 오석준·홍승면·조희대
국회 인사검증 통과 수월한 인물 낙점할 듯
법조계 “정치적 이유도 부결 영향…공백 해소해야”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를 지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오석준 대법관(61·19기),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9·18기), 조희대(66·13기)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법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차기 헌재 소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석준 대법관·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은 이 전 후보자보다 앞서 유력하게 대법원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8월 한미일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던 중 이 전 후보자를 지목했다고 한다. 법조계에 오래 몸담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사법부가 과거보다 제 기능을 못 한다고 진단했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소신이 뚜렷한 ‘강골’ 인사인 이 전 후보자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그러나 이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국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극심해졌다. 이에 민주당은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결국 이 전 후보자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권한대행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으나,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법조계는 윤 대통령이 사법부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국회 동의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인사를 지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사청문회를 거친 경험이 있어 민주당이 책(責)을 잡기 어려운 법관을 낙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작년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오석준 대법관, 2014년 청문회를 거친 조희대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된다. 2012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을 상대로 제일모직 소액 주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소액 주주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대법원장 후보에 이름이 오르 내리고 있다.
◇국회 문턱 못 넘은 이균용…'이견 없는 카드’ 내밀 듯
유력한 카드 중 하나는 오석준 대법관이다. 오 대법관은 지난해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이 연기되긴 했지만 본회의에서 재적 276명 중 찬성 220명, 반대 51명, 기권 5명으로 인준안이 통과됐다. 민주당도 당시 별도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했다. 새 대법원장 후보로 지목되더라도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적은 셈이다.
오 대법관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고 법원행정처 공보관, 서울고법 판사,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제주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두 차례 공보관을 지내며 소탈한 성품과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법원 안팎 인사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법리’를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된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 등을 지낸 인물의 친일 재산 환수가 적법하다고 인정했고, 독립운동가 14명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의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판결을 정치권에서는 흠결로 판단한다.
◇홍승면·조희대 물망, 이종석은 헌재 소장 검토…”적임자 빨리 와야”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재차 후보군에 올랐다. 그는 1983년도에 치러진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해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했고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처음 법복을 입었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2012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제일모직이 포기하도록 해 제일모직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 3명이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주주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소신이 뚜렷하고 사법행정과 법리에 해박해 윤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사법부 정상화’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희대 전 대법관도 새로이 거론되고 있다. 조 전 대법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2020년 퇴임 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도 재판 업무에만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대법원판결에서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고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당초 대법원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이종석 헌재 재판관은 차기 헌재 소장으로 유력하게 떠오른 상황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약 2년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로 지내면서 동양그룹과 웅진그룹, STX 등 기업의 회생사건을 다수 맡아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했다. 2014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의 백혈병 산재 인정해 이목을 끌었다.
국회 인사 검증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인물들로 후보군이 새롭게 꾸려지는 상황에서 법조계는 ‘수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이날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사법부의 어려운 상황이 해소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는 “후보자 개인적인 평가를 떠나서 정치적인 이유로 (이번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측면이 있는 거 같다”며 “어느 때보다 법원에 쌓인 현안이 많은 만큼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빨리 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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