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뺀 '공통' 과목 위주 2028년 수능에 "의대쏠림 심화" 우려

유효송 기자 2023. 10. 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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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 개편안]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을 선택 과목 없이 모두 공통 과목으로 치르도록 입시안을 개편한다. 그간 논란이 된 과목간 유불리 문제와 함께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현 수능 체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입시업계에서는 문·이과간 과목 선택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보면서도, 공통과목 위주의 수능으로 인문계 학생들도 의·약학계열에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육부가 10일 내놓은 '2028 대입 개편 시안'의 핵심은 선택과목 폐지다. 현행 수능의 경우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으로, 탐구영역은 여러 과목들 가운데 선택하는 구조다. 우선 국어와 수학은 선택과목인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등이 공통과목으로 일원화된다. 다만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결정해야 하는 추가 검토안으로 '심화수학' 영역 신설 방안을 제시했다. 심화수학 영역은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미적분Ⅱ'·'기하'를 절대평가 하게 된다.

특히 각각 9개와 8개의 선택과목 중 두과목을 골라 시험을 치뤘던 사회탐구, 과학탐구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바뀐다. 문·이과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각각 사회와 과학탐구 영역 내에서만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번 개편으로 응시자 모두가 통합사회·과학 두 과목을 응시하도록 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의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돼 2018년부터 이미 모든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기초·핵심과목으로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과목"이라며 "사회·과학 전반의 주요 내용을 다루고 있어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는 사교육보다 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공교육 중심의 수능 준비가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중 예시문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같은 수능의 변화는 같은 만점을 받고도 어떤 과목을 응시했느냐에 따라 대입에서 유불리가 갈리는 점을 바로 잡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로 수학에서는 '미적분', 국어에서는 '언어와매체' 선택과목이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굳어져왔다. 과목간 편차로 인한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다.

고교학점제 첫 전면 적용도 수능 개편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더욱 세분화된 과목을 배우는 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현 수능 체계대로 시험을 볼 경우 과목간 유불리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교학점제가 내후년 도입되면 고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은 3년동안 과목을 선택해 듣게 되는데, 선호도 차이나 과목 간 편차가 수능 과목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데 따른 대책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입시업계에서는 선택과목별 유·불리는 완화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이과 구분이 없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융·복합적 인재 양성 차원에서 계열 구분 없이 시험 범위를 정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는 공통 수능이 도입되면 그동안 이과생들이 주로 지원한 의·약학계열에 인문계 학생들도 눈을 돌리면서 '의대 쏠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소장은 "공통과목 위주의 수능 시험이 실시되면 대학 전형 변화와 과목별 반영율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인문계열 학생들이 의·약학계열 지원이 가능해지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이과 관계 없이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의대를 진학하려고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취업이 잘 되는 이공계열 학과에 지원하려고 할 것"이라며 "기본 학문이 약해지고 학과 간 서열이 고착화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신이 5등급제로 간소화되면 동점자가 더 많이 나와 결국 대학들은 수능 체제로 강화하거나 면접 도입 등 대학별 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려고 하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실질적으로 문·이과 통합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면서도 "내신보다 수능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특목고와 자사고, 명문일반고 선호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문과 상위권 학생들도 이과 지원에 가세하면서 의대와 이과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교육부는 수능 출제·관리 전 단계에 걸쳐 이권 카르텔 유발 요인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수능 출제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자격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사교육 영리행위자를 전면 배제하고, 무작위 추첨으로 출제진을 최종 결정해 학연·지연 등의 이권 카르텔이 개입치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의 협조로 과세정보를 확인해 허위 신고로 인한 허점이 없도록 보강하고, 출제가 끝난 후에도 향후 5년간 수능과 관련된 사교육 영리행위를 근절토록 할 방침이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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