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반복되기 마련” 이상민, 이태원 참사 1주기 앞두고 또 도마에
‘野 탄핵소추’ 입장 묻는 與 의원 집중 질의에 웃음 보이기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재난이라는 것은 불행하게도 반복되게 마련이고, 그 때마다 책임자가 그만두는 형식으로는 재난을 절대 예방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초유의 장관 탄핵 국면에서 기사회생한 이 장관은 재난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거나 물러나는 것으로는 반복될 재난을 예방할 수 없다며 공세에 맞불을 놨다.
야당은 국민 안전 컨트롤타워로 참사 책임을 져야 할 이 장관의 발언과 태도에 변한 것이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고 여당은 적극 엄호했다. 이 장관은 야당의 탄핵 추진이 '정치적'이라는 여당 질의에 여러 차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0일 행안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감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펼쳐졌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304명 사망·실종)와 대구지하철 방화(192명 사망), 삼풍백화점 붕괴(502명 사망), 성수대교 붕괴(32명 사망), 서해페리호 침몰(292명 사망) 등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았던 참사 당시 국무총리와 장관, 고위 공직자들이 경질되거나 사퇴한 점을 언급했다.
강 의원은 "재난이 발생하면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책임자가 물러나는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물러날 순 없기에 책임자를 경질하며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지만 이 장관을 비롯해 고위직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 정부는 하위직 직원을 구속해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고위직은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태원 참사 당시 유족을 두 번 울린 이 장관의 발언과 태도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불거진 책임론과 관련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과연 그것(경찰·소방 대응)이 원인이었는지 의문이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선 안 된다"고 발언해 야당은 물론 유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강 의원은 "과거 이 장관의 발언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유가족과 국민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라 생각한다"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질의했다.
이에 이 장관은 "재직 중에 일어난 각종 재난이 가슴 아픈 건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불행히도 재난은 반복되기 마련"이라며 "그때마다 책임자가 그만두는 것으로 재난을 막을 순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퇴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 대책을 세우는 게 더 크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탄핵으로 인해 무조건 권한이 정지되는 건 추후에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입장"이라며 야당의 추진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과 지난 7월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피해자 및 유족 등에 재차 사과할 의향은 없냐고 묻자, 이 장관은 "사과를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참사 이후) 개선한 것들이 결국은 참사 희생자들의 공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들(희생자들)의 명예를 잘 살려 잘 기념하고 잘 추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여당은 이 장관을 엄호했다. 이 장관은 여당 의원의 탄핵소추 관련 집중 질의가 이어지자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된 이 장관의 탄핵소추가 정치적 행위였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재난에서 큰 업무 공백을 초래했다고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박 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이 탄핵 소추된 5개월 반 동안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경북 예천 산사태 등 각종 재난이 발생했다"며 "국가 내치를 담당하는 장관을 정치적 이유로 탄핵을 해 업무 공백을 초래했다. 억울한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당시 탄핵 소추에 적시된 사유"라며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와 달랐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 장관의 탄핵소추를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장관에게 "무리한 탄핵 맞죠? 억울한 탄핵 맞죠?"라고 재차 물었고, 정치권의 무리한 탄핵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장관은 멋쩍은 듯 여러 차례 웃음을 지어보였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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