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 가자, 고립 작전에 곧 연료 · 의약품 바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에 대응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선언하면서 가자지구가 또 한 번의 인도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국제인권단체와 일부 글로벌 미디어에서는 이 같은 극단적 조치가 민간인의 굶주림을 무기로 사용하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9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BBC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 7일부터 가자지구에 원조 물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식품과 의약품을 포함해 모든 물자의 반입을 막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와 교전 사흘째인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면서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곳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지역이지만 그 상공과 해안선은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통치가 시작된 2007년부터 16년간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물자 이동을 제한해왔습니다.

이집트도 가자지구와 맞닿은 국경을 통제해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감옥',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립니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230만 명의 80%는 인도적 지원에 의존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에 나서면서 현재 다수 주민이 전기, 인터넷이 끊긴 상태에 있으며 곧 음식과 물도 바닥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판 뒤자리크 UN 대변인은 "수도, 위생 시설이 피해를 보면서 40만 명 이상에 대한 관련 서비스 공급이 약화됐다"면서 "가자 발전소가 이제 유일한 전력원이며 며칠 내에 연료가 바닥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팔레스타인 보건부도 이스라엘의 조치로 병원들이 의약품과 의료용 물자, 연료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집계에 따르면 9일까지 가자지구 주민 약 18만 7천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그 숫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의) 굶주림을 전쟁의 무기로 쓰고 있다"고 우려를 밝혔습니다.

HRW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책임자인 오마르 샤키르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는 '연좌제'의 일종이자 끔찍한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습니다.

샤키르는 이날 공개된 휴먼라이츠워치의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봉쇄 전략과 함께 하마스의 기습 공격 행위도 비판했습니다.

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사회에 저지른 민간인 학살과 무차별 공격, 인질 납치는 정당화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라면서 "인권과 책임이 무시당하는 한 수십 년간 이 지역을 괴롭혀 온 분쟁과 억압은 계속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중동의 글로벌 매체 알자지라는 주민을 굶도록 할 의도를 지니고 식량, 연료 등을 완전히 차단하는 이스라엘군의 포위 작전은 UN 법규에 따르면 전쟁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봉쇄에 더해 주거 건물과 통신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폭격도 계속되면서 공포에 질린 채 학교 등으로 몸을 피하고 있습니다.

한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주거 건물을 겨냥한 폭격을 하고 있다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자지구 주민은 "폭탄이 사방에서 떨어지고 있다"면서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이것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아니면 악몽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교전 사흘째인 9일까지 양측에서는 1천5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측에서 800명 이상이, 가자지구에서는 700명 가까이 숨졌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조제행 기자 jdon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