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잊을 대가" 이스라엘, 지상전 벌일까…하마스는 "인질 처형" 위협

윤세미 기자 2023. 10. 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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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등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방위 공세에 나서자, 하마스가 외국인이 포함된 100명 넘는 민간인 인질을 협상 카드로 꺼냈다. 그러나 유례없는 인질 사태도 유혈 충돌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피의 보복을 다짐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공습을 이어가면서 강경 대응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까지 시작된다면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건물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습에 봉쇄까지…지상군 투입도 임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전례 없는 무력을 동원해 하마스에 대규모 공격을 가할 것"이라며 "이 전쟁은 우리가 시작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손에서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마스가 우리를 공격할 때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적들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뇌리에서 지우지 못할 방식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엑스 계정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9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이스라엘은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종교시설, 시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습도 이어갔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9일 밤부터 밤새 가자지구 내 200개 이상 목표물을 공격했다. 보통은 민간인에게 대피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공습 시 대피 경보를 울리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하마스도 (공격 당시) 사전 경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에서도 어린이 140명을 포함해 68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은 9일 하마스 침투 48시간 만에 남부 지역의 통제권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후 가자지구 주변으로 지상군을 집결시켰고 30만 예비군도 소집했다. 가자지구 국경 근처 마을엔 민간인 대피를 명령했다. 가자지구 주변을 포위하고 물과 전기, 식량 등 생존 인프라 공급을 모조리 차단했다. 국경 장벽이 무너진 지역엔 지뢰를 매설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지상전을 펼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군수품을 제공하고 슈퍼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가까이로 전진 배치했지만 미군을 파견하지는 않겠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스라엘의 포위망이 좁혀지자 하마스는 민간인 인질을 처형하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지금 이 시각부터 사전 경고 없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포로 중 한 명을 처형하겠다"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에는 가자지구 출신 183명을 포함해 449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수감 중인 것으로 집계된다.

"하마스 인질극, 이스라엘 반격 못 막아"…이스라엘 강경 대응 여론 고조
하마스가 납치해 가자지구로 데려간 인질은 150명쯤 정도로 파악되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CNN은 인질 중 최소 4명이 이미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다국적 인질을 인간 방패로 내세운다면 이스라엘로선 섣불리 지상전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질 수가 워낙 많은 만큼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포함해 다음 군사 조치를 고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인질을 이유로 가자지구 공세를 중단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자지구 전역에 분산해 인질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에 군사 작전을 통한 대규모 인질 구출도 어렵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은 적에게 인질이 잡혀있을 때 무사 귀환을 대가로 수많은 포로를 돌려보낸 전력이 있지만 상상 못한 기습에 분노한 이스라엘 여론은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외신은 이스라엘 여론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적을 박살 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단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상군 투입이 아니더라도 가자지구 철통 봉쇄와 대규모 공습, 하마스 지도부 암살 작전 등이 이어질 수 있다.

전직 이스라엘 관료인 조슈아 한트먼은 블룸버그에 "하마스 공격의 규모와 잔인성이 이스라엘을 하나로 만들어놨다"면서 "우리는 지난 이틀 동안 아이들과 노인이 납치되고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되는 영상을 봤다. 쉽게 잊힐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소재 헤브루대학의 대니 오바흐 군사 역사학자도 워싱턴포스트(WP)에 "(인질을 두고) 큰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면서 "이스라엘은 이 문제에서 하마스와 타협할 수 없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극좌에서 극우까지 전부 하마스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나 노인, 환자의 경우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되는 부분 협상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만일 지상군 투입을 포함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세 고삐를 조일 경우 인질을 포함해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자 증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가족이 하마스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는 아드바 아다르(32)는 "다른 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건 할머니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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