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인 별세 ···‘사람’과 ‘사랑’ 두고 93세까지 시집 내
1960년대 대표 시인으로 꼽힌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은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다. 1951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 마산고교, 이화여고 교사와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수(星宿)’ ‘잔상(殘像)’ 등을 발표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냈다. “인간성에 대한 확신과 왕성한 생명력을 통한 정열의 구현”을 그려내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시집은 “가톨릭 계율의 경건성과 뜨거운 인간적 목소리가 조화된 시집”으로도 평가받았다. <충만한 사랑> 등을 낸 출판사 열화당은 “(이후) 종교적 신념이 한층 더 강조되어, 짙은 기독교적 정조와 더욱 심화된 종교적 신앙의 경지를 보여주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1306042134055
고인은 <목숨>을 낸 지 60년 되던 2013년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문학수첩)를 냈다. 축하연 제안을 물리치고 낸 시집이다. 그해 6월4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80년을 살고 나니까 생명이라는 것의 갸륵함을 느꼈다. 사람은 물론이고,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곤충일지라도 몸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 신기한 맥동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주어진 시기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만 93세, 등단 나이 만 70세이던 2020년 <사람아, 사람아>(문학수첩)를 냈다. “나의 끝시집”이라 일컬은 책이다.
문학수첩은 “이 시집에 담긴 52편 시 속에 그의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한데 뒤엉켜 있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그 뒤엉킨 생을 읽는 키워드는 단연 ‘사람’ 그리고 ‘사랑’”이라고 했다.
“사랑 안 되고/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긴 세월 살고 나서/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 이즈음에 이르렀다/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이슬 같은 희망이/ 내 가슴 에이는구나// 사랑 된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 된다 다 된다.”(‘사랑, 된다’ 전문)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자유문학가협회상, 오월문예상, 한국시인협회상, 서울시문화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문화훈장,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의 남편은 1986년 작고한 김세중 조각가였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김범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2일.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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