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산업계 “구리 공급 부족, 탈탄소 전환 발목”

세계 광산업체가 구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구리 수요는 늘고 있지만, 신규 광산 개발 속도는 더딘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 시각) 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지난 5~6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광업 포럼에서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세계 경제 악화, 인플레이션으로 광산업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광산업체, 투자자, 은행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구리는 전기차를 제조하고 전력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넷제로(net zero,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 이되는 것) 시대’ 전환에 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칠레 란카과 인근에 위치한 세계 최대 지하 구리 광산. / 로이터

미국 최대 구리 채굴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의 캐슬린 쿼크 사장은 FT에 “구리 가격이 상승하는 것만으로는 공급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가격만이 아니며, 구리 공급을 얼마나 빨리 늘릴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다른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는 지금까지 주로 제조업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전환에 구리가 쓰이면서 수요가 늘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에 따르면 선진국 국민 1인당 구리 소비량은 200~250kg이다 이는 전세계 평균(60kg)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S&P글로벌은 전세계가 친환경화되면서 구리 수요가 많아져 2021년 수준에 비해 2035년에는 구리 수요와 공급 격차가 5000만 톤(t)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구리 생산업체는 당장 대규모 광산 개발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광산업체가 신규 광산을 개발하기까지 보통 10~15년이 걸리며,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RBC캐피털마켓의 원자재 투자책임자인 파리드 다다셰프는 “허가 일정이 길어지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졌으나, 구리 채산성은 낮아지면서 구리 공급량은 향후 몇 년 동안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할 만큼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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