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추매할까…‘이스라엘판 9·11 테러’ 속 서학개미들 원유 레버리지 투자 어디로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10. 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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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대형 정유주 3배 베팅 ‘NRGU’
고유가·중동리스크에 매수 활기
전문가 “사우디 향방이 관건”
이란산 원유는 세계1.4%불과
美, 베네수엘라 제재완화 논의
국제 유가 급등세 제한될 듯
미국의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화해 유도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이스라엘 사태가 터진 후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이스라엘에 일단 선을 그었다. [사우디 외교부]
뉴욕증시에 상장된 원유, 천연가스 관련 주요 상장지수상품(ETP)
지난 주말 ‘이스라엘판 9·11테러’를 기점으로 산유국이 포진한 중동 정세가 복잡하게 꼬이자 원유와 천연가스 시세를 둘러싼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지만 양자 갈등에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해관계가 얽혀든 탓에 ‘제5 중동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원유나 천연가스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 매매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고 있다. 정세 불안을 타고 투기 수요마저 따라 붙은 탓에 단기적으로 에너지 시세가 예측 불가능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보면 이달 6~9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스 울트라숏 블룸버그 천연가스 펀드’(KOLD) 였다.

해당 종목은 천연가스 약세에 2배 레버리지 베팅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해당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종목을 총 1387만6128달러(약187억원) 순매수했다.

한편 순매수 6위는 한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너구리라는 애칭이 붙었던 상장지수증권(ETN)인 ‘마이크로섹터스 US빅오일 3X레버리지’(NRGU)다. 같은 기간 한국 투자자들은 유가 강세에 힘입어 미국 주요 석유기업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3배 레버리지 베팅하는 NRGU 를 440만7512달러 어치 순매수했다.

데이터는 통상 매매 체결 시점으로부터 2~3일 후에 반영된다. 이달 3일 이후 5거래일 간 KOLD 시세는 약 28% 급락했고 NRGU 는 약 0.3%하락했다.

다만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시점인 9일 하루를 보면 NRGU는 9.17% 급등한 459.99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같은 날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시세에 2배 레버리지 베팅하는 울트라 블룸버그 크루드오일(UCO) 시세는 7% 넘게 올라섰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집에서 어린이들이 헤매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투자자들은 단기 원유 시세 전망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상품시장에서는 이번 이스라엘판 9·11 사태가 중동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유가가 폭등할 만한 수준인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고 있다.

우선 런던에 본사를 둔 상품시장 분석 업체인 레드번 측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유가 향방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드번은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을 앞두고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주요 산유국)이 감산 기조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 전세계적으로 원유가 하루 180만배럴 부족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를 생산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으로 미국이 중재해 온 이스라엘-사우디 화해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계 투자은행은 소시에테제네랄도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 유가가 단기에 1배럴 당 5~10달러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사우디와 한·미 혹은 미·일 수준의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논의해왔으며 그 조건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내건 바 있다.

협상 과정에서 사우디 측은 내년에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미국 측에 지난 6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로 다음 날 이스라엘 사태가 터진 후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이스라엘에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반면 원자재물류 데이터 분석 업체인 케이플러의 호메이윤 팔락샤히 상품 담당 수석 연구원은 “이미 시세에 투자자들의 불안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에 관해 추가 제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9일 언급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주로 거래하는 중국 본토와 홍콩·아랍에미레이트·오만 무역상을 제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자체 데이터 집계 결과 올해 3분기(7~9월)의 경우 이란은 하루 140만배럴씩 원유를 수출해 전세계 원유 공급의 최대 1.4%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팔락샤히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이란으로 번지는 경우와 관련해 “유가가 20% 급등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양자 갈등에는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준군사 단체인 헤즈볼라가 가세한 상황인 바, 국제 사회가 이란 관련 단체를 압박하는 경우 전 세계 해상 석유 수출량의 37% 가 지나는 이란 남부 국경 소재 호르무즈 해협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영국 왕립연합군 국방안보연구소의 토비아스 보크 선임 연구원은 “호르무즈는 현재 분쟁지와 지리적 거리가 멀고 미국 연합군이 호르무즈 교역로 취약성을 인식하고 이전부터 인근에 대규모 군사 주둔을 유지해 왔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스라엘 사태가 중동 산유국 갈등으로 번지지 않는 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브렌트유가 내년 상반기까지 배럴 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9일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제재를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부채 상환을 위해 외국계 석유기업을 통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바 두 국가 대표단은 앞으로 몇 주 안에 멕시코에서 대면 협상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이스라엘 사태로 인한 공급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는 11일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이 단기에너지전망(STEO)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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