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부족해서”…‘70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심의에만 평균 두달

관련 업무 전담 인원 고작 2명
접수 후 465일 만에 심의한 경우도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사진 = 제주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방심위) 불법도박사이트 심의 평균 소요기간이 두 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 접속차단 등의 시정요구를 위한 심의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는 올해 8월 말 현재 30회에 걸쳐 4만124건의 불법도박사이트를 심의했다.

심의 건수 중 96.2%인 3만8619건은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외부기관 요청에 의한 것이며, 민원이 1127건으로 2.8%를 차지한다. 방심위 자체 모니터링은 단 378건으로 0.9%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심의 평균 소요 기간은 외부기간 요청에 의한 건을 기준으로 56일로 조사됐다. 최장 사례는 올해 5월 8일 심의된 안건으로, 2022년 1월 28일 접수돼 처리까지 465일이 걸렸다. 무려 15개월 이상이 걸린 셈이다.

심의 지체 요인으로는 인력부족이 꼽힌다. 방심위 불법도박사이트 관련 업무는 현재 5명이 담당한다. 이 중 3명은 불법금융, 개인정보 침해, 업무를 병행한다.

취약한 자체 모니터링과 늑장심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8월 말 심의를 기준으로 1인당 8000건이 넘는다.

민형배 의원은 “불법도박 시장이 커져가는데, 방심위는 인력 부족 핑계만 대고 있다”면서 “전자심의 도입 등 제도개선과 인력 보강으로 심의 기간 단축 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를 보면 온라인 불법도박 시장규모는 2019년 약 55조원에서 2022년 약 70조원으로 3년간 약 15조원 증가했다.

방심위에 접수되는 불법도박사이트 건수도 2019년 9만4253건에서 2022년(12만7732건)으로 3년 사이 약 3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