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표정 갈린 G7… ‘중동 원유 의존’ 일본은 균형외교로

박용하 기자 2023. 10. 10. 15: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교전이 발발한 지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밖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시위를 펼치고 있다. 시드니 |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을 지켜본 주요 7개국(G7)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나, 일본은 중동 국가들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고려해 ‘균형외교’ 노선을 보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G7 회원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은 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를 비판했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에 대한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며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적법성도 없으며, 보편적으로 규탄받아야 하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G7 회원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총리의 섣부른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하마스 지지자들은 토론토 거리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손에 들고 이번 공격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경우,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10일 기자회견에서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격과 유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번 공격을 테러라 규정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히지 않아, G7의 다른 회원국에 비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전날 SNS에 “모든 당사자에게 최대한의 자제를 요구한다”며 비교적 중립적인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보인 배경에 ‘대중동 균형외교’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현재 원유 수입 대부분을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중동 국가들에 의존하기에 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대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측을 지지하고 있으며, UAE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양쪽 모두의 자제를 요구한 바 있다.

일본이 직면한 이같은 고민은 한국 정부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오일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의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60% 수준으로 일본(91.8%), 인도(60.9%)에 이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같은 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이번 분쟁을 하마스의 테러로 규정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