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간 유불리 논란에 ‘공통수능’ 회귀···고교학점제 유명무실화 우려[2028 대입개편]

남지원·김나연 기자 2023. 10. 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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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8 대학입시재도 개편 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형 수능’ 체제 완전 폐지다. 2005학년도 수능부터 수험생들은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중 하나만 골라 수능을 볼 수 있었고, 2022학년도부터는 국어와 수학에도 공통과목+선택과목 체제가 도입됐다. 2028학년도부터는 국어·수학·영어·한국사·탐구영역 주요 과목을 모두 공통으로 치른다. 고교 내신 평가는 2005년 고등학교에 도입된 9등급 상대평가 체제가 5등급으로 완화되고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체제로 바뀐다.

수능 국수탐 선택과목 폐지…사탐·과탐도 모두 응시한다

교육부는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제도가 수험생의 진로 선택을 돕기는커녕 표준점수를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쏠림을 유발한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 사회탐구영역에서 수험생의 32.9%가 생활과윤리를 선택한 반면, 경제를 선택한 수험생은 1.1%에 불과했다.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도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선택과목 쏠림 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과목이 세분되면서 수능에 반영해야 할 과목이 더욱 늘어나는데, 이를 모두 수능에 반영하면 선택과목별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개편 시안을 보면 국어는 화법과언어·독서와작문·문학을, 수학은 대수·미적분Ⅰ·확률과통계를 각각 묶어 공통과목으로 전 수험생이 응시한다. 사탐·과탐은 고1 공통과목인 공통사회·공통과학을 출제범위로 하며 전 수험생이 응시한다. 기존 수능 체제에서 문과생은 사회탐구만, 이과생은 과학탐구만 응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2028학년도부터는 이 경계가 완전히 없어진다. 수험생은 사탐·과탐에 동시에 응시해야 하는데 두 과목 성적은 성적표에 따로따로 표기된다. 대학들은 입시에서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둘 중 하나만 반영할 수 있다.

교육부는 수학 범위에서 빠지는 미적분Ⅱ·기하를 묶어 ‘심화수학’ 과목을 신설하는 안도 제안했다. 심화수학은 제2외국어/한문 9과목과 심화수학 중 1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평가는 절대평가로 치른다. 상위권 대학은 심화수학을 필수반영할 가능성이 커 심화수학 선택 여부로 문·이과가 사실상 구분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수능 논·서술형 문항 도입 등 근본적 대입제도 개혁 방안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요 과목 평가방식은 상대평가로 유지되고, 표준점수·백분위·등급(1~9등급)이 기재된 성적표가 제공되는 것도 이전과 같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한 ‘정시 40% 룰’은 그대로 유지된다.

내신 사실상의 ‘5등급 상대평가제’로…고교학점제 퇴색 우려

고교 내신은 전학년·전과목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서 고1이 배우는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2~3학년 선택과목은 전면 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이 방침은 변화가 없었는데 4개월 만에 결정이 뒤집혔다. 이에 따라 1등급 상위 4%, 2등급 4% 초과~11%, 3등급 11% 초과~23% 등이던 내신 9등급제는 1등급 상위 10%, 2등급 10% 초과~34%, 3등급 34% 초과~66% 등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절대평가가 전면 도입되면 고1 내신이 대입에서 중요해지며 2~3학년 과정이 황폐해질 수 있다고 봤다. 절대평가 도입으로 ‘성적 부풀리기’가 나타나면 내신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반영했다. 반대로 고교학점제 취지와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면 9등급 상대평가제도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절충안을 택했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9등급제 하에서는 1등급이 상위 4%에 불과해 농어촌 등 소규모학교나 학생들이 덜 선택하는 소인수 과목은 내신 1등급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브리핑에서 “학년별로 다르게 설계된 내신 평가 방식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일관된 5등급제를 도입하고 상대평가 등급을 함께 기재해 대학이 고교 내신에 신뢰를 가지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병기되는 체제지만, 입시업체와 전문가들은 대부분 대학이 상대평가 등급을 입시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완화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전학년 전과목에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것이다. 학습부담과 내신경쟁이 과도해지고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많은 학생이 듣는 과목이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과목선택권을 안 주는 것이 입시에서 유리하다”며 “학교로서는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는 것이 입시에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고교학점제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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