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 해상서 '어선 폭발'…'바다 위 수술대'로 날아온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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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다발성 늑골 골절에 기흉, 혈흉 소견 보입니다. 호흡 불안정하니 기도부터 확보합니다."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10일 오전 9시40분쯤 제주 서귀포시 화순항 남쪽 약 9㎞ 해상에서 수술복을 입었다.
가상 환자는 폭발 후 해상에 추락해 다발성 늑골 골절과 가슴 속에 공기와 피가 고이는 기흉·혈흉이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설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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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정식 운영 계획…"골든타임 사수 총력"
(서귀포=뉴스1) 오현지 기자 = "환자 다발성 늑골 골절에 기흉, 혈흉 소견 보입니다. 호흡 불안정하니 기도부터 확보합니다."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10일 오전 9시40분쯤 제주 서귀포시 화순항 남쪽 약 9㎞ 해상에서 수술복을 입었다. 간이 수술대가 마련된 곳은 서귀포해양경찰서 3000톤급 경비함정 3003함 의무실.
이는 전문의료진이 해경 경비 세력을 통해 사고 해역으로 직접 이동 후 응급 수술을 벌이는 의료지원조직 '(가칭)해양외상의료지원팀' 훈련의 한 장면이다.
훈련은 오전 8시50분쯤 낚시 체험 유선 A호(6톤·7명 탑승) 기관실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이 발생, 승객 1명이 중증외상을 입은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해경 흰수리는 한라병원을 향해 긴급 이륙했다. 헬기를 탄 외상전문의 2명과 외상전문 간호사 1명은 20여 분 만에 사고 해역에 도착해 긴급수술에 돌입했다.
가상 환자는 폭발 후 해상에 추락해 다발성 늑골 골절과 가슴 속에 공기와 피가 고이는 기흉·혈흉이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설정됐다.
이미 호흡이 불안정한 상황으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의 응급처치가 시급한 상태였다.
기본 의료 장비를 갖춘 의료진과 해경 구급대원은 약 1시간 만에 기도를 확보하고, 흉관을 삽관해 공기와 피를 빼내는 안정화 수술을 마쳤다. 폭발 신고 접수 후 단 2시간 여 만이다.
해상에서 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까지 평균 7~8시간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초기 응급처치에 걸리는 시간을 3배 이상 단축한 셈이다.
외상 전문의가 헬기를 타고 직접 사고 해역으로 향해 응급 수술을 집도하는 방식의 해양 의료체계 구축은 이번이 전국 최초다. 해상의 열악한 응급처치 환경과 닥터헬기의 한계를 뛰어넘고, 골든타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한 시도다.
최근 3년간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이송건수는 연평균 135건으로 이 중 외상환자는 40%가 넘는 55건에 달했다.
지난해 제주에 도입된 닥터헬기는 소형 기종으로 기상 악화 시, 특히 해상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악천후에는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해경 경비함정에는 관련 자격이 있는 해경과 해군 헬기 외 타 기관 헬기가 착함할 수 없다.
조현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해경 헬기는 중대형으로 기상이 나쁜 상황에서도 운항이 가능해 해상 사고의 경우 해경 헬기를 활용해야 골든타임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며 "심폐소생술, 기도확보 등 기본 응급 처치를 함정에서 하고 최종 치료기관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경은 제주한라병원과 협업해 신설한 해양외상의료지원팀을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해상에서 이송된 응급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외상환자지만, 이송 과정에 숨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의사들이 직접 현장으로 오게 되면 처치 범위가 광범위해져 생존율과 예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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