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에 중재자가 없다…유엔은 유명무실
‘해결사’ 기대됐던 사우디, 팔레스타인 지지
유엔 안보리 협의는 빈손으로 마무리
오는 11일 아랍연맹 외교장관 회의가 변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측을 중재할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튀르키예, 러시아, 이집트, 카타르 등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지금까지 견지한 외교 전략을 고려할 때 사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중심을 잡아야 할 유엔은 존재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폭력을 중단하고 주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 잇달아 통화했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폭격을 멈추고,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 정착촌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며 “전쟁에도 일정한 윤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스라엘이 요청할 시 중재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는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이 하마스 대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고 비난해왔다”며 “중재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0일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모하메드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만나 가자지구 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바스 수반도 조만간 러시아를 찾을 계획이다. 러시아는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줄곧 중립을 지키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관계를 조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유력한 중재자 후보로 거론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전격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을 추진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왔던 만큼 양측 견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아바스 수반과 통화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양호한 삶을 누릴 적법한 권리, 희망과 포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는 계속해서 팔레스타인을 지키고, 팔레스타인 영토의 안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하마스의 손을 들어준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와중에 유엔은 사태를 속수무책 지켜만 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하마스를 향해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향한 테러와 살인, 납치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스라엘에도 “군사작전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엄격하게 수행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협의에서 참가국들은 성명문 채택 등의 즉각적인 조처를 하지 못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회의에 참여한 상당수 국가가 하마스를 비난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극우 내각의 정착촌 확대 등 도발이 주요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일각에선 오는 1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AL) 외교장관 회의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랍연맹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22개 회원국을 보유한 이 지역 최대 기구다. 호삼 자키 아랍연맹 사무차장은 “이번 특별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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