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가자 진입 불가피” 밝히자, 바이든은 만류하지 않았다

미·이스라엘 정상 전화 통화
미 악시오스, 소식통 인용 보도
네타냐후 “협상 불가, 무력 대응”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지구 시가지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공세 수위를 본격 높이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가자지구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 매체 악시오스가 이스라엘과 미국 소식통 3명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지상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줄 수 없어서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억지력을 회복해야 한다”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려 하거나 지상 작전에 나서지 말라고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미국의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2021년 ‘11일 전쟁’과 유사한 수준으로 대응하리라 전망했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한편으로 눈에 드러나지 않는 외교적 관여를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레바논 국경을 따라 ‘제2의 전선’이 형성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우려하고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가자지구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악시오스의 보도에 대해 백악관과 이스라엘 총리실은 논평을 거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을 향해 대대적인 기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즉각 “길고 힘든 전쟁”을 선포하며 반격에 나서, 현재까지 양측 사망자는 1500명을 넘어섰다.

10일로 충돌 4일 차에 접어들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IDF) 대변인 조너선 콘리우스 중령은 CNN에 “우리는 공중에서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나 이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 군대, 예비군 등이 남쪽 국경을 따라 집결해 임무 수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이스라엘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9일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비롯한 인질을 약 150명 잡아갔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결정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폭격을 계속할 경우 인질을 한 명씩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미 인질 일부가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날 CNN과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민간인 중 적어도 4명이 억류 중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CNN과 WP가 영상 두 개를 자체 확보해 분석한 결과, 첫번째 영상에서 무장대원에 끌려간 사람들과 두번째 영상에서 살해된 사람들이 일치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