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포스코 온실가스 배출권 550만t 회수 못했다 [국감2023]
포스코는 무상으로 받은 배출권 판매
지난해 배출권 판매 수익 311억원
환경부는 관련 규정 없어 회수도 못해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스코가 135일간 일부 공정을 멈추면서 약 550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 잉여량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관련 규정이 미비해 이를 회수하지 못했고 포스코는 남은 배출권을 판매해 대규모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포스코의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 배출권 할당량을 기후단체 플랜1.5와 경향신문이 함께 분석한 결과,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2021년보다 500만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 이후 t으로 표기) 이상 줄었다. 포스코의 지난해 사업장별 상세 온실가스 배출량·배출권 할당량 등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해, 할당 범위보다 더 많이 감축한 기업에는 배출권을 판매하는 경제적 유인을 주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남은 배출권은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2022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2803만3764t이었다. 앞서 2020~2021년에는 3300만t을 넘겼다. 지난해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의 영향이 컸다.
온실가스 배출권 최종 할당량은 3356만2742t이었다.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사전 할당된 양이 그대로 최종 할당량이 됐다.
환경부는 관련 규정이 없어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취소에 관한 지침’을 보면 ‘할당 취소’ 사유는 할당 대상 업체 시설의 가동 중지·정지·폐쇄로 인해 그 시설이 속한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된 배출권에 비해 50% 이하인 경우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50% 이상 줄지 않았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만 온실가스 배출권 552만8978t을 벌었다. 포스코는 2021년에는 할당량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권 약 56만t을 사며, 213억원을 써야 했다. 2022년에는 433만8368t의 배출권을 2023년으로 이월하고, 262만t 이상을 판매할 수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2022년 배출권 판매 금액은 311억원이고 2021~2022년 순 판매 이익은 98억원”이라고 밝혔다. 2022년 배출권은 올해 8월까지 판매할 수 있다. 지난해 판매한 물량 수준은 알기 어렵다.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배출권을 대량으로 판매하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부담’이 돼야 할 배출권거래제가 뜻하지 않은 ‘이득’을 주는 것도 문제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혁신적 온실가스 감축 기술을 개발한 게 아니라 가동률이 줄어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배출권을 환경부가 적절하게 회수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은 “배출권 할당 취소 사유가 과도하게 높은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어 탄소배출권거래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무상으로 받은 배출권이 적절하게 회수될 수 있도록 환경부 지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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