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골딘 교수 “한국 저출산, 기업문화가 세대문화 따라잡지 못한 탓”
노동시장이 이런 변화 따라잡지 못하는듯
다음 세대 남성들을 더욱 잘 변화시켜야”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77)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발표 직후인 9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여성의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이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느냐”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다. 골딘 교수는 남녀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사상 처음으로 논증한 학자로 하버드 경제학부에서 ‘경제사와 일과 과정’에 관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0.86명(지난해 1분기 기준)인 것을 잘 안다”면서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고, 한 도시에 집중된 나라로 변모한 나라도 드물다.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제언도 내놨다. 골딘 교수는 “여러 가지가 얽혀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다만 나이든 사람들, 특히 딸보다는 아들의 마음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세대 남성들을 더욱 변화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골딘 교수는 “경제학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바꾸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며 “경제는 사람에 관한 것이고, 불평등에 관한 것이고, 여성 노동력, 행복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10월 펴낸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원제: Career and Family: Women‘s Century-Long Journey toward Equity)에 그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지난 100여 년간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누어 성별 소득격차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이날 골딘 교수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남편 로렌스 카츠와 함께 애견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장으로 걸어오는 길에는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일본 언론도 “일본 여성 노동 참여율 놀랍다”는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골딘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10~15년 전에는 일본 여성들의 노동참여율이 낮았지만 지금은 미국보다 높다. 일본이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다. 아버지 육아휴직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관대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니세프 조사에서 아버지 육아휴직 제도는 선진국 41개국 중에서 일본이 1위이며, 25~54세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83%로 미국(78%)을 역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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