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온 부모 만나러 가던 길…중앙선 침범 차량에 母子 참변

8일 오전 8시45분쯤 전남 담양군 대전면의 한 도로에서 연쇄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현장 수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담양소방서 제공)

전남 담양군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이 마주 오던 차량을 충돌해 두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8일 발생했다. 제 차선을 지키고 달리던 차량의 운전자는 베트남 국적 결혼 이주 여성으로, 8살 아들과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멀리 고국에서 온 친정 부모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8시45분쯤 담양군 대전면에서 베트남 국적 A씨(32)가 몰던 경차가 반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아반떼와 정면충돌했다. 뒤따르던 다른 차 2대는 A씨 차를 들이받았고 연쇄 추돌 사고로 이어졌다.

아반떼 운전자와 A씨, 동석한 A씨의 아들 B군(8)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뉴스1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한국에 와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아들도 낳고 시부모를 모시며 광주 광산구에 거주해왔다. 낮에는 남편과 함께 담양에 있는 식품 제조회사에서 일했다. 밤에는 8살 된 아들 B군과 시간을 보냈다. 남편과 맞벌이하며 시부모에게 아들을 맡겨 늘 미안해했다고 한다.

국적은 다르지만, 시부모는 A씨를 친딸처럼 아꼈다.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시아버지는 "비통하다"며 "벼락 맞은 심정"이라고 뉴스1에 전했다. A씨의 남편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상태라고 알려졌다.

사고 당일에 A씨는 한국에 온 친정 부모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지난달 베트남에 사는 친정 부모에게 관광비자를 받아 한국에 머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런 부모를 위해 A씨가 담양에 숙소를 마련해줬던 것. 이번 연휴를 A씨는 부모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아침 일찍 이동에 나선 A씨는 중앙선을 침범해 달린 승용차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A씨와 아들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A씨의 시아버지는 "한국에 와서 고생만 하다 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며느리와 아들, 손주와 다섯 식구 넉넉하진 못해도 알콩달콩 잘 살았는데. 며늘아. 하늘나라 가서 잘 살거라"라며 슬퍼했다.

경찰은 아반떼 승용차가 차로를 변경하다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오던 A씨의 경차와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과수에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중앙선을 침범한 차주가 사망한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조만간 사고를 종결 처리할 방침이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