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 받고 '제2인생' 준비… 국내 은행, 6년간 희망퇴직금으로 10조 썼다

박슬기 기자 2023. 10. 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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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이 최근 6년여간 희망퇴직금으로 약 10조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희망퇴직의 조건 상향과 특별퇴직금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은행원들에게 희망퇴직은 '제2의 인생 출발'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자 복지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6년여간 은행권 전체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이 3억5600만원이었는데 같은 기간 희망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5억5200만원으로 전체 퇴직자 평균 퇴직금의 154.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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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머니S DB
국내 은행권이 최근 6년여간 희망퇴직금으로 약 10조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만7402명이 희망퇴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약 5억5000만원을 받고 짐을 챙겼단 얘기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국민의힘·경남 진주시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은행권 희망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 7월까지 희망퇴직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내 14개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총 1만740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9조6004억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희망퇴직제를 운영 중인 은행 전체 퇴직자(2만6852명)의 64.8%, 전체 퇴직금(10조1243억 원)의 94.8%로 절대적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희망퇴직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희망퇴직자는 2018년 2573명(1조1314억원)과 2019년 2651명(1조4045억원), 2020년 2473명(1조2743억원)으로 2000명대를 이어갔다.

이후 2021년 3511명(1조9407억원), 2022년 4312명(2조8283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해도 7월까지 이미 1882명(1조212억원)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5년간 희망퇴직자가 가장 많은 은행은 KB국민은행(3671명)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은행(2464명), NH농협은행(2349명) 등의 순이었다. 희망퇴직금이 가장 많은 은행은 씨티은행(1조7593억원)이었다.

문제는 희망퇴직이 은행 업무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폐쇄 등 구조조정을 위한 인력 감축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희망퇴직의 조건 상향과 특별퇴직금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은행원들에게 희망퇴직은 '제2의 인생 출발'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자 복지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6년여간 은행권 전체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이 3억5600만원이었는데 같은 기간 희망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5억5200만원으로 전체 퇴직자 평균 퇴직금의 154.9%에 달했다. 가장 많은 평균 희망퇴직금이 지급된 은행은 씨티은행(8억2600만원)이다.

은행원들이 희망퇴직금을 복지로 보는 데에는법정퇴직금 외에 노사 간 협의에 따라 지급되는 특별퇴직금(2~3년치 평균 연봉에 전직 지원금 등) 때문이다. 지난 6년여간 특별퇴직금은 총 6조9402억원이 지급돼 전체(9조 6,004억원) 72.3%나 된다.

강민국 의원은 "천문학적 수준의 은행권 횡령과 배임 등의 금융사고로 인해 은행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기에 공공재 성격을 가진 은행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을 정도의 과도한 복지지원금 성격을 가진 희망퇴직금 지급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희망퇴직금을 자율경영사항이라 외면치 말고 전체 퇴직금 규모를 과도하게 넘는 수준의 희망퇴직금 지급 은행에 대해서는 운영 현황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며 은행업권은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로 보이지 않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에서의 희망퇴직금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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