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그녀' 엄정화 "그동안 쌓아온 시간에 대해 상받는 느낌"
'엄정화표 코미디' 구축…"코미디 연기 아닌 캐릭터 성격에 충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올해로 31년 차 배우 엄정화(53)는 중견 여배우 가운데 코미디 연기에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한다.
영화 'Mr.로빈 꼬시기'(2006)에서 다니엘 헤니와 전형적인 로맨스 코미디를 선보였던 엄정화는 '댄싱퀸'(2012), '미쓰 와이프'(2015), '오케이 마담'(2020)을 통해 자신만의 코미디 연기를 구축해왔다. 푼수기 섞인 편안한 웃음, 어딘가 어설프고 부족한 것 같지만 마음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엄정화표 코미디'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화사한 그녀'에도 이런 엄정화의 매력이 듬뿍 담겼다. 엄정화는 친일파 후손의 집에 숨겨진 금괴를 노리는 허술한 사기꾼 지혜를 연기했다. 그는 엉성한 계획에 일이 틀어질 때마다 옆에서 어깨를 치며 "어우 야∼"라고 애교를 부릴 것 같은 사랑스러움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개봉을 하루 앞두고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실제로도 그랬다. 잠긴 목소리를 걱정하자 "완전히 풀렸어요"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야 하는 작품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자 "엄청 커요∼"라고 앙탈을 부렸다.
그는 '엄정화표 코미디'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지금까지는 저한테 맞는 옷을 잘 입었던 것 같아요"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코미디 연기를 하지만,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한다. 캐릭터 성격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화사한 그녀'에서는 지혜가 가진 고달픔이나 괴로움을 생각했다. 지혜는 삶의 무게를 지닌 채로 자기의 계획을 펼쳐나간다. 그 안에서 너무 코믹할 필요도 없고, 상황에 맞춰 해나자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엄정화는 영화에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단발머리에 눈꼬리가 바짝 올라간 금고 털이범, 헬멧을 쓰고 껄렁껄렁 걷는 배달 기사, 우아한 말투의 해외 음대 졸업생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한다. 극 중 금괴를 숨겨둔 친일파 집안의 아들을 유혹하기 위해 영화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빼닮은 매력적인 여자로도 변장한 때에는 촬영장에 환호가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에는 (지혜가 변장하는) 설정이 없었지만, 지혜를 팔색조로 바꾸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제안했다"며 "본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게 매 순간 얼굴을 완전히 바꾸고 싶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참았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에 앞서 드라마 '닥터 차정숙',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을 흥행으로 이끈 엄정화는 부담도 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가 워낙 잘 되다 보니 영화도 잘 돼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어제 '화사한 그녀'가 예매율 1위라는 기사를 보고 울뻔했다.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인터뷰 중 지금이 '제2의 전성기'라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가장 화사한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지금"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한 그는 90년대 '배반의 장미', '초대', '포이즌' 등 히트곡을 남기며 스타로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영화, 드라마에서 배우로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작품 사이 공백기가 있곤 했다. 가수 활동도 갑상샘암 수술로 성대를 다치며 위축되기도 했다.
"제가 젊고 어렸을 때 받았던 사랑은 뭔가 지켜야 하고, 갖고 싶은 이런 거였다면 지금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응원을 받는 것 같아요. '엄정화구나', '우리는 항상 너를 좋아했어' 이런 응원이요. 그 응원의 눈빛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감동스럽고 행복해요. '나 여태까지 잘 해왔네'라고 상을 받은 느낌이에요."
엄정화는 12월 콘서트를 연다는 계획도 밝혔다. 가수로서 팬들을 만나는 무대다.
그는 "2000년에 마지막 콘서트를 한 이후 콘서트를 할 여유가 없었다. '누가 날 기다릴까'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며 "'댄스가수 유랑단'을 하면서 저를 위해서도, 팬들을 위해서도 콘서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의 20대, 30대, 40대 때가 모두 담겨있는 무대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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