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창끝 전투력 핵심 초급장교(ROTC) 지원율 급감 왜?… 현실과 정치공학의 잘못된 만남
군 내부 문제란 인식부터 벗어나야
국가 수준의 정책 판단, 종합대책, 실천 필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렁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2위 군사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이지만, 이제는 구소련 시절 구형 전차(T-62)와 장갑차(MT-LB)까지 총동원해야 하는 지경이고, 장병들 사기도 한계점에 이르렀다.
또 다른 벼랑 끝에 서 있는 북한 김정은은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각종 탄도·순항미사일을 66차례 109+α 발을 발사하며 한반도 안보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과 ‘재래식 포탄 외교’를 벌이고 있다. 이래저래 국제사회의 합종연횡과 진영 논리가 철옹성이다. 군이 한·미 동맹과 연계해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편성 및 구조에서 뭔가 허전하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가도 창끝 전투력의 핵심인 학군장교(ROTC) 등 초급장교 계층이 무너지면, 전쟁에서 승리를 담보하기는 난감할 따름이다.
정부·군과 정치권, 대학교 등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연일 학령인구의 부족 현상과 초급장교의 지원율 급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책은 함흥차사다. 을지문덕 장군의 ‘우중문 시(詩)’를 기억하자. 이제 해답도 없는 거창한 수사(레토릭)의 반복이나, 문제 제기는 자제함이 어떨까 싶다.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다.
대학교는 학령인구 급감에 더해 지방보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쏠리는 현상이 심각하다. 그러나 마땅한 해법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군도 초급장교 지원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타개하고자 노력하지만, 단기 처방 이외에 긍정적인 예후(豫後)는 보이지 않는다. MZ세대 부모 세대는 해결책이 필요한 데 관련 기관은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수사적 퍼포먼스만 스트리밍(streaming)할 것이다. 결국, 국가안보는 취약해지고, MZ 세대의 자존감과 창끝 전투력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구멍이 생길 것이다. 병사들보다 대우받지 못하는 초급장교에 관심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의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한 ‘피그스만 침공작전’을 워킹 그룹(working-group·하버드대 동문)’의 집단사고에 의존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후 스스로 집단사고와 확증편향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이듬해 미·소 쿠바 미사일 위기사태가 발생하자 그의 결기와 과감한 결단력이 구소련의 양보를 끌어냈고, 현대 위기관리의 교과서가 됐다.
한국 사회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과 여건에 맞게 대처하기보다 정해진 틀 즉, 확증편향과 집단적 사고에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매번 새로운 조직을 만들거나, 단기 예산을 투자하는 등의 임시 처방만 반복한다. 초급장교 지원율이 급감하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세 가지 인식부터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매번 반복되는 관련 기관의 수사(修辭)적 발표에 MZ 세대(초급장교)와 부모 세대가 얼마나 공감하는지 진중하게 살펴야한다. 둘째, 초급장교(ROTC) 계층을 구성원 전체의 N분의 1로 단순하게 판단해선 안 된다. 창조적 인격체로 예우해야 이들의 능력과 역량도 크게 발휘될 수 있다. 셋째, 군의 내부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국가적 수준의 정책 판단, 종합적 대책 마련, 실천이 필요하다.
국가안보 역량이 부족한 국가는 존립하지 못한 역사적 사례를 되새겨야 한다. 창끝 전투력의 핵심인 초급장교가 무너지면, 전장에서 병사들을 지휘할 주력 계층이 없어진다. 여기에 고도의 무기와 무기체계를 다룰 소중한 인재 자체가 부족해짐은 당연한 결과다. 제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그는 제자들을 과수원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사과는 한 알만 따라 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단 한 번만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 한 번의 선택은 너무하다며 하소연했지만, “언제나 단 한 번의 선택만 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거절했다. 국익과 국민의 복리를 추구하다 보면, 크든 작든 항시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매번 그 결괏값은 다르지만, 선택한 결과에 후회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성찰과 고민,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초급장교의 지원율 저하는 해결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역량과 협업 의지가 부족해서다.
정부·군과 국회, 관련 기관이 실천해야 할 일은 문제 제기에 그치기보다 그 이상의 정책적 책무를 실천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전장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는 MZ세대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MZ세대(초급장교)의 자존감과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만, 그 후과(後果)와 책임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초급장교 지원율이 급감한 현실을 누가 만든 것인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부·군과 정치인들, 관련 기관이이 실천해야 할 소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이제라도 각자의 역할과 책무를 곱씹을 때다. “Do it now!(지금 당장 그 일을 하라)”
정리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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