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밀리 美 합참의장이 트럼프 명령 거부하며 충성한 ‘자유민주주의 헌법적 가치’
“44년 6개월 동안 美 헌법에 충실했고 또 군인으로서 앞으로도 헌법에 등 돌리지 않을 것”
밀리 의장 지난달 말 전역…대통령 바뀌어도 4년 임기 완료, 대장계급만 9년간 임무수행
미국 군부의 1인자 마크 알렉산더 밀리(Mark Alexander Milley) 합참의장이 지난달 29일 임기 4년의 임무를 완수하고 후임자인 찰스 브라운(Charles Brown) 공군대장에게 업무를 인계했다.
밀리 장군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8월 육군참모총장이 됐는데, 육군참모총장 임기 중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합참의장 지명을 받아서 2019년 10월 합참의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후임 바이든 대통령도 밀리 대장이 합참의장으로서 주어진 4년간의 임기를 완수하도록 보장했다.
2014년 4성 장군으로 진급해 육군전력사령관에 보직된 이후 2023년 9월 29일 전역까지 4성 장군으로만 9년간 임무수행을 했으며, 총 43년의 군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학군장교(ROTC)로 임관해 다양한 지역의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던 밀리 대장이 미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합참의장이 된 것도 엄청난 성취였지만, 그가 미국인들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의 군인들에게 또렷하게 기억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밀리 의장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국회의사당 진입 등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군부대 출동을 명령했으나 거부했던 적이 있다. 자신을 직접 합참의장으로 임명한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도에 대해 당시 그는 미군 지휘관들에게 공문서를 통해 ‘미군의 임무는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가벼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군을 내부적으로 결속시키는 결정을 했다.
미국 수정헌법은 국민들의 5대 자유(Religion, Speech, Petition, Press, Assembly)를 엄중하게 보장하고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이임 및 전역식(Relinquishment & Retirement Ceremony)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순서 즉 가장 하이라이트 순서로 이임사를 했는데, 강인한 인상과 당당한 목소리에는 44년 군생활의 자부심이 넘쳐났다.
특히 그는 "군이 ‘북극성’인 헌법에 결코 등을 돌려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우리는 왕이나 여왕, 폭군이나 독재자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독재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나 개인에게 맹세하지 않는다. 우리는 헌법에 맹세한다"고 강한 음성으로 강조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한 군대의 의무에 대해 "해외, 그리고 국내의 모든 적에 맞서 헌법에 담긴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미국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역식을 앞두고 미국 CBS방송의 ‘60분’(60 Minutes)에 출연한 밀리 의장은 "나는 44년 6개월 동안 미국 헌법에 충실했고 또 충성했다"고 하면서"군인으로서 나는 앞으로도 헌법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군대의 최고계급인 4성 장군이 공개적으로 헌법을 언급하고, 헌법가치의 수호가 군의 기본이자 최고의 사명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에서 깊은 공감을 하게된다. 군대 그리고 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지켜야하는 최고의 가치가 바로 헌법이기 때문이다.
헌법이 미군들에게만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천명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장이 이어진다.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헌법이 설계도의 역할을 하고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너무도 가슴벅차고 감격적이다. 자랑스럽다.
군인들에게 있어서 헌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헌법 제5조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라고 기록되어 있다. 장교와 부사관, 병사 등 계급과 신분을 불문하고 군인들이 가슴속에 간직해야 할 핵심가치이다.
장교들은 임관 시 "나는 대한민국의 장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며 부여된 직책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를 한다. 부사관이나 병사들의 선서에서도 헌법준수는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모두가 강조하고 있는 정신전력도 결국 여기에서 출발한다. 헌법에는 우리가 살고있으며 지켜야할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이고,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헌법의 각 조항은 우리의 적인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계급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군복을 입고있는 누구나 반드시 간직해야할 소명이다. 군복을 입은 이후 제식훈련보다도 가장 먼저 교육받아야 할 과목이 헌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다는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당당히 표현할 수있기 때문이다.
40여년 군생활을 마치면서 밀리 의장이 그토록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헌법의 가치가 대한민국 군인들에게도 바이블이자 출사표가 될 것으로 믿는다.
10월말 국군의 장군진급과 보직인사가 있고, 장교와 부사관을 대상으로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 예정인데, 헌법이 반드시 포함되길 소망한다.
정리=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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