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선상 오른 '4천억원 규모' 춘천 마리나사업, 부실검증 논란 확산

강원CBS 구본호 기자,강원CBS 진유정 기자 2023. 10. 10. 14: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핵심요약
우선협상대상자 A업체 '600억 규모' 잔액증명서 원본 아닌 사본 제출
경찰, 사문서위조 및 업무방해 혐의 업체 관계자들 입건
춘천시 "잔액증명만으로 신뢰 어려워"
정의당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 엄벌백계 촉구
2025년 춘천 의암호에 들어설 예정인 호텔과 마리나 시설 조감도. 춘천시 제공

강원 춘천시가 역점 추진한 4천억 원 규모 '마리나 사업'에 대한 경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춘천시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특수목적법인(SPC) 중 하나인 A업체 대표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한 경찰은 사업을 맡은 춘천시청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보는 한편 추가 조사를 예고하면서 당분간 공직사회 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600억원 가짜 잔액 증명서' 낸 민간업체 혐의 조사 

1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문서위조와 업무방해 혐의로 민간사업자 대표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중이다.

이들은 '의암호 관광휴양시설&마리나 조성사업' 사업자에 선정되기 위해 필수 제출 서류인 자기자본 증명서류(잔고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자본금을 부풀려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공모지침상 '원본 제출'이 필수인 해당 서류를 '컬러 복사본'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가 허위로 부풀려 제출한 자본금 규모는 600억 여 원으로 이마저도 법인 명의가 아닌 A업체 관계자의 명의로 제출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당시 사업을 담당한 춘천시청 공무원 7~8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두 달 뒤 특수목적법인(SPC) 중 대표격인 A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조만간 관련 공무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심사만 최소 일주일' 춘천시 부실 검증 논란 

연합뉴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춘천시의 검증 적절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20년 11월 춘천시가 공고한 '의암호 관광휴양시설&마리나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 지침서에 따르면 사업계획서 평가 및 협상대상자 선정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사업계획서 평가를 위해 담당 공무원이 '예비심사'를 실시하고 제출 서류의 사실 여부 등 사업자 공모지침 상 기본적 사항에 대한 충족 여부를 심사한다.

예비 심사를 통과한 신청자들에 대해 본 평가가 실시되며 수치와 숫자 등 정량적 평가는 담당자가, 정성적 평가는 선정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해 선정한다.

만약 협약 대상자에 선정됐더라도 공모지침 상 허위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민간사업자 지정을 받은 경우 시는 협약의 해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A업체는 이같은 절차를 모두 통과해 결국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공모지침에 따르면 사업자 선정을 위한 예비심사 기간은 2021년 1월 12일이었으며, 선정심의위원회는 8일 뒤인 같은달 20일로 공고(예정)됐다.

심의위 개최 전까지 최소 일주일의 검토 기간이 있었을 뿐더러 예비심사와 본 심사까지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시는 사업자 선정의 타당성을 확인할 주요 지표인 '잔액 증명'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가 없었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만약 춘천시가 예비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심의위 본 심사를 진행했다면 담당 공무원들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규격에 맞는 여러 서류들이 제출됐는지 여부를 1차 예비심사에서 하는데 600억 원 가량을 개인 통장에 있는 것을 사본으로 제출했었고 지분 참여한 회사의 자본이 180억 원 있다고 첨부 서류로 제출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춘천시 측이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신탁 통장이나 잔액 증거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잔액증명만으로 심사위원들이 신뢰를 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경찰이)개인 통장의 자본금을 쓴 부분을 춘천시가 인지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알 수 없던 부분이고 나중에 보니까 개인 잔고 통장 잔액증명서가 위조였다는 얘기를 들은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과 관련해)도장을 찍어서 증빙하는 서류들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일일이 조사를 해서 할 수는 없다"라며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은행에)전화를 할 수는 있었겠지만 가르쳐 줬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 철저히 수사해야"

지난해 12월 29일 춘천 의암호 마리나 사업 관련 기자 회견을 연 육동한 춘천시장. 춘천시 제공

정의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안이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 행위"라며 엄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만약 사전에 위조 서류를 알았다고 하면 이는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 행위로 담당 공무원 꼬리 자르기에 그치지 말고 고위층까지 관련자들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며 춘천시도 늦었지만 사업에 대한 입장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며 "앞으로 추진하려는 캠프페이지 개발사업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도 신중히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마리나 사업'은 춘천 삼천동 의암호 일대에 관광휴양시설과 마리나 시설, 숙박시설, 컨벤션센터, 실내식물원 등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라빌도, LT삼보, KB부동산신탁, 하이투자증권, 강남 등 5개 기업이 SPC를 설립해 4천억 원을 투자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사업 불확실성과 졸속 추진이라는 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각층의 비판이 제기되면서 3차례 실시협약(MOA)이 무산됐다.

지난 2월 춘천시는 마리나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5개 업체가 합작해 만든 SPC와 MOA체결을 공식화 했다 1시간 만에 돌연 철회하면서 '무리한 사업 추진'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당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마리나 사업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도시 미래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노력했고 시의회와 시민의 걱정을 불식시키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실시협약 체결을 앞둔 시점에 수사 의뢰가 들어온 상태에서 모든 것을 제가 안다고 확실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겨 (보류)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