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5150분 출전…엘리트 축구, 선수는 누가 보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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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은 1년에 다섯 번 '인터내셔널 브레이크'를 정해 둔다.
전세계의 클럽 축구가 중단되고 국가대항전이 치러지는 기간이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아직 호주전까지 일주일, 이탈리아전까지 열흘이 남았다"라며 사카가 대표팀에 합류한 뒤 상황을 지켜볼 시간이 충분하다는 주장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의 소집을 정당화했다.
선수협회 보고서를 보면 요즘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과거 대비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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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은 1년에 다섯 번 ‘인터내셔널 브레이크’를 정해 둔다. 전세계의 클럽 축구가 중단되고 국가대항전이 치러지는 기간이다. 한국말로는 ‘A매치 휴식기’라고 옮겨지는데, 이 번역에는 어폐가 있다. 우리가 이름을 아는 선수들은 대부분 이 기간에 휴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거리 비행시간과 시차 등이 겹쳐 더 피곤한 주간이 되고, 이는 혹사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언제나 첫 줄에 불려 나오는 선수는 클린스만호와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31)이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의 감시 데이터를 보면 손흥민은 지난 1년 동안 7만8819㎞를 비행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104시간, 나흘을 조금 넘는다. 같은 기간 손흥민은 61경기(클럽 50경기, 대표팀 11경기)를 뛰었다. 출전 시간으로 환산하면 5150분. 한국 선수 중 가장 많다.
10월 평가전을 위해 귀국한 그의 화두 역시 휴식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리그 경기에서 후반 31분 교체됐는데, 이후 부상 소식이 알려졌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우리에게 소중한 만큼 (한국) 대표팀에도 소중한 선수”라며 “위르겐이 잘 헤아려 줄 것”이라고 당부를 남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9일 “선수 건강이 최우선”이라면서도 “일부러 로테이션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이며 “대표팀 경기를 쉬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다”라고도 했다. 구단과 팬들의 우려를 살 수 있는 반응이지만 감독들의 욕심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잉글랜드에서는 아스널의 22살 에이스 부카요 사카 차출을 두고 논쟁이 일었다. 사카는 지난 4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다쳐 9일 리그 경기도 결장했으나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아직 호주전까지 일주일, 이탈리아전까지 열흘이 남았다”라며 사카가 대표팀에 합류한 뒤 상황을 지켜볼 시간이 충분하다는 주장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의 소집을 정당화했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사카는 지금 뛸 수 없다”고 했고, 결국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사카는 클럽에 남아 재활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사카는 9일 경기 결장 전까지 리그에서 87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아스널 구단 역사상 최장 기록이다. 2018년 17살 나이로 1군 무대에 데뷔한 그가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는 여태 단 3경기뿐이다. 아르테타 감독은 지난해 그의 혹사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3일에 한 번씩 70경기를 뛰고도 이긴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대답을 내놓은 바 있다.
가혹하지만 이는 오늘날 엘리트 축구의 ‘뉴노멀’이다. 선수협회 보고서를 보면 요즘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과거 대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해 20살인 레알 마드리드의 신성 주드 벨링엄은 과거 데이비드 베컴이 그 나이였을 때보다 누적 출전 시간이 17배나 많다. 의학 기술과 과학적인 관리 체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하나, 이 과로가 향후 어떤 후폭풍을 부를지는 알 수 없다.
선수협회는 프로 선수의 한 시즌 경기 수를 대표팀과 클럽 합산 55경기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빡빡한 일정이 엘리트 선수들의 건강과 커리어를 위협하고, 나아가 경기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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