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 VIEW] "금리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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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밀린 공과금 청구서나 군자의 복수 계획처럼 유예됐을 뿐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었을까요.
그동안에도 목이 빠져라 금리 인하 소식을 기다리며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던 시장도 최근엔 각성한 눈치입니다.
사실 저금리의 달콤함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하지만 자본 유출을 막으려 금리를 올려서 대응했다가 부채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은행 건전성이 낮아지면, 오히려 자본 유출이 나타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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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밀린 공과금 청구서나 군자의 복수 계획처럼 유예됐을 뿐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었을까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세계 각국이 공중에 뿌려댄 돈의 대가는 꽤 무자비합니다. 과장해서 '인플레'로 죽을지 부채에 깔려 죽을지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이고 말았으니까요. 그동안에도 목이 빠져라 금리 인하 소식을 기다리며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던 시장도 최근엔 각성한 눈치입니다.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메세지에 뒤늦게 반응하며 미국채 시장이 급등했거든요. 이달 초 미국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를 육박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으로 풀려난 돈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으로 가서 자산 가격을 부풀리고, 창업 시장으로 가 만년 적자 스타트업의 가치를 눈덩이처럼 키웠습니다. 사실 저금리의 달콤함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서민들에게 있어 금리가 낮은 대출은 그저 일시적인 위약 효과에 불과했습니다. 금리가 제아무리 낮은들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고신용자나 담보 보유자들은 정해져 있고, 결국 부채의 만기는 돌아오고야 말테니까요.
국경을 막아 선 역사적인 전염병과 예상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은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인플레이션 또한 경제 취약층에 더욱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미국 중앙은행 연준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좀 늦었던 것 같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폴 볼커만큼 단호하지도, 아서 번즈보다 빠르지도, 앨런 그린스펀처럼 약지도 못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파월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오판했던 것입니다. 그는 근원물가 오름세보다 더디게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물가는 잡힐듯 잡히지 않았죠.
11차례의 공격적 금리인상 끝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의 상승률이 완만해지자 연준은 6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까지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습니다. 한국(기준금리 3.50%)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현재 역대 최대 수준인 2.00%포인트입니다. 한미 금리 격차에 대한 우려와 가계부채 증가를 보면 지금의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가 싶습니다만, 한국이 1%대 저성장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한은이 '추가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향하고 국내 시장에서 자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자본 유출을 막으려 금리를 올려서 대응했다가 부채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은행 건전성이 낮아지면, 오히려 자본 유출이 나타날 것입니다.
아, 정말 복잡하지요. 이 와중에 중동의 정세까지 불안합니다. 대공황을 끝낸 건 뉴딜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날아온 청구서의 값을 치룰 전쟁은 아니었으면 할 뿐입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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