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사과·배 1개당 4000~5000원이나…마트에 ‘못난이’ 어때?

정유미 기자 2023. 10. 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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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을 찾은 김모 주부(54)는 사과와 배 가격을 보고 멈칫했다. 명절에는 과일 가격이 오른다고 하지만 추석이 지났는데도 장바구니에 담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김씨는 “사과와 배가 1개당 4000~5000원 수준으로 여전히 비싸다”며 “인근 농산물 할인마트에서 초특가로 파는 사과도 5개에 1만9800원”이라며 한숨지었다.

연합뉴스

고물가 시대 제철을 맞은 햇과일 가격이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올 여름 폭염과 폭우, 태풍 등 영향으로 사과와 배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이 가뜩이나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울상짓고 있다.

실제 이날 청량리시장 일대 농수산 할인마트에서 파는 사과(4개)는 1만9900원, 황금사과(4개·시너골드)는 1만6800원, 사과·배 세트(각 1개씩)는 1만3800원, 배는 1개당 5800원이었다. 이에 재래시장 대신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더 낮고 당도는 보장하는 대형마트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모양과 크기에서 상품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과일과 채소류 등을 ‘상생사과’ ‘상생배’ ‘상생파프리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일반 상품과 비교해 맛과 영양에 큰 차이가 없지만 시세보다 30%가량 싼 것이 특징이다. 현재 상생사과(6~10입)의 가격은 1만9900원으로 개당 1990원 수준이다.

맛도 보장한다. 상생과일이지만 일반 과일처럼 당도를 체크해 11브릭스(brix) 이상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016년부터 상생과일, 상생채소라는 이름으로 30여 종의 ‘B급’ 농산물을 선보이고 있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올 들어 9월까지 상생농산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추석 연휴 이후 재고로 남은 일명 ‘보조개 사과’(2.5㎏)를 지난 7일부터 50개 매장에서 1만8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보조개 사과는 우박을 맞아 형태가 다소 변형된 사과를 상품화한 것으로 일반 상품(1.3㎏·1만5900원)보다 38%가량 싸다.

당도 역시 13브릭스 이상으로 일반 상품과 같지만 봉지당(2.5㎏) 6~14개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1개당 가격은 1890원선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는 13일부터는 전점에서 보조개사과를 총 5만봉 판매할 계획”이라면서 “추석 연휴 뒤 수확한 나주배(3㎏)도 추석 이전보다 30%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못났지만, 맛은 좋다’는 의미를 가진 ‘맛난이’ 농산물을 싸게 팔고 있다.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고 미세한 흠집이 있는 20여 종 과일·채소 등으로 일반 상품에 비해 값이 20∼30% 저렴하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사과(홍로·10개)의 평균 소매가는 3만4397원으로 1년 전(2만3925원) 대비 43.7% 올랐고 배(신고·10개)는 2만9351원에서 3만3464원으로 14.0% 상승했다.

롯데마트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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