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헐크의 일기]

김동영 2023. 10. 10. 14: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만수 전 SK 감독과 라오스 이준영 감독, 김현민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53년 동안 한국에서 야구를 했던 내가 야구의 불모지인 라오스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은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왜 아무 연관성이 없는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를 전파하게 됐을까?

나는 우리나라에서 53년 동안 야구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야구인이다. 늘 박수와 갈채를 받았고, 사인을 해달라는 팬들에 둘러싸여 살았다. 그때는 행복하기보다는 1등을 해야 하고,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늘 쫓기는 마음이었다.

2014년 현역에서 떠난 후,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내가 이제는 그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의 곳곳에 특별히 작은 도시에 있는 학교 야구부를 찾아다니며 재능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00년전 한국에 미국 선교사가 YMCA 통해 한국에 야구를 전해줘 오늘날 한국야구가 이렇게 발전한 것을 생각하니, 야구가 없는 나라에 야구를 심는 일이 야구인으로서 굉장히 보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인도차이나반도인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 지가 10년이 됐다. 솔직히 혼자서 라오스와 베트남에 야구를 전파하라고 했다면 불가능했고 또 지쳐서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였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홀로 인도차이나반도인 라오스로 내려가 야구를 보급하는 것을 문체부에서 알고 정부 차원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또 한국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함께 손을 잡고 지도자들을 파견하게 되었다.

베트남 야구 대표팀 박효철 초대 감독(왼쪽)과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팀을 위해 나섰고, 대한체육회에 위임했다. 동시에 전문성을 갖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손을 잡고 유능하고 훌륭한 지도자들을 파악해서 라오스와 베트남에 파견하게 됐다.

KBSA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의 지원을 통해 현재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국에서 파견한 지도자들이 잘 수행하고 있다.

출범 초 정부 차원에서 운영예산을 받지 못하는 라오스 야구협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KBSA의 야구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은 라오스 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다시 한번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KBSA의 지도자 파견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8년이 됐다. 긴 시간 이렇다 할 아무 성적을 올리지 못해 내심 내가 더 불안한 마음이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 최선을 다해 국제대회나 라오스 자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지난 오랜 시간 동안 힘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라오스 야구대표팀이 싱가포르 팀을 상대로 8-7이라는 극적인 스코어로 승리했다. 이렇게 큰 국제대회에서 라오스 국가대표 팀이 당당하게 첫 승을 올렸다는 것은 솔직히 금메달보다 더 값진 첫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라오스 국가 사상 구기종목에서 본선에 올라간 스포츠는 야구가 유일하다. 한국에 있는 라오스 대사로부터 승리의 메시지를 받고, 또 라오스에 있는 주라오스대한민국 정영수 대사로부터 축하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라오스 정부에서도 유례없는 축하의 인사를 받았다.

라오스 이준영 감독(왼쪽)과 김현민 감독.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2패에 그쳤지만 5년 사이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이 확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성장은 훌륭하고 유능한 한국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아시안게임 첫승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첫 게임인 태국과 경기에서 1-4로 패했지만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 그리고 자신들도 모를 정도로 모든 선수가 급성장했음을 옆에서 보게 되었다. 태국전의 모습을 보면서 싱가포르와 경기에서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라오스 야구대표팀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태국에 0-15, 6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5년 만에 점수 차를 11점이나 줄였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이렇게 모든 선수가 급성장한 것은 뛰어나고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9월27일 싱가포르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가장 먼저 WBSC 로벵츄 사무총장이 달려 내려와 라오스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축하 해줬다.

더불어 로벵츄 사무총장이 “라오스가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모두 대한민국 정부에서 라오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어 좋은 지도자들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다시 한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진심으로 감사와 감사를 드린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