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도 당하는 전세사기…피해자들이 만든 연극 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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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거운 현재진행형 사건인 '전세사기'를 실감 나게 다룬 연극이 선보인다.
관객은 연극을 보는 동안 저절로 전세사기 전반에 관한 지식을 덤으로 얻게 된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 관계자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일찌감치 연극 관람을 예약했다.
슈퍼맨의 이웃 '김부인' 역을 맡은 배우 김보경은 "뉴스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전세사기 현장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며 "연극만 봐도 웬만하면 전세사기는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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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거운 현재진행형 사건인 ‘전세사기’를 실감 나게 다룬 연극이 선보인다. 극단 신세계의 신작 ‘부동산 오브 슈퍼맨’은 실제 사건과 경험을 줄기로 흘러간다. 연출을 맡은 김수정(40) 극단 대표가 직접 전세사기를 겪은 피해자. 제작·출연진이 1년 남짓 서울 시내 전역을 누비며 접한 부동산 현장의 맨얼굴을 연극에 담았다.
연극의 주인공은 슈퍼맨이다. 더는 괴물이 출몰하지 않고 전투도 사라진 평범한 시대에 한국에 사는 ‘은퇴한 슈퍼맨’은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주택에 산다. 그 역시 보증금을 지키고 조금이라도 나은 집에 살고자 분투하는 이 시대의 장삼이사들과 다를 게 없는 처지다. 2년 계약 만기가 돼가던 어느 날, 갑자기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천하의 슈퍼맨도 부동산·금융에는 문외한이어서 위기에서 헤어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며 좌충우돌한다.
연극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김 대표가 지난해 9월 전세로 살던 빌라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뒤였다. 전세사기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수법부터 알아야 했다. 제작·출연진은 유튜브 강좌를 들었고, 오프라인 강좌를 섭렵하며 부동산과 전세대출 관련 지식을 쌓아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만나 각양각색의 피해담을 수집했다.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3~4명씩 4개 조를 이뤄 부동산 현장을 훑었다. 수십 군데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 전세사기 수법을 탐문했다. 지역별 수급과 가격의 기준이 되는 이른바 ‘대장아파트’를 ‘임장’(현장에 임한다는 뜻의 부동산 업계 용어)해 발품을 팔았고, 이를 토대로 ‘지역분석 자료’도 만들었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연극에 그대로 반영된다. 혹시 잘못된 내용이나 문제는 없는지 몰라 법무법인 ‘해마루’의 법률 자문도 거쳤다.
연극은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대본이 있는 상황극을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것이다. 허구를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관객은 연극을 보는 동안 저절로 전세사기 전반에 관한 지식을 덤으로 얻게 된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 관계자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일찌감치 연극 관람을 예약했다. 슈퍼맨의 이웃 ‘김부인’ 역을 맡은 배우 김보경은 “뉴스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전세사기 현장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며 “연극만 봐도 웬만하면 전세사기는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역시 전세사기를 경험한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동안 극단 ‘신세계’는 주제와 형식의 제약을 넘어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다룬 ‘별들의 전쟁’,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주민토론회를 바탕으로 만든 ‘생활풍경’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극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무대에 담으려는 그동안의 노력과 궤를 같이한다.
김 대표는 “저도 전세사기를 당하게 될 줄 정말 몰랐다”며 “이 공연으로 부동산 사기 피해를 보는 이들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이강호가 슈퍼맨을 연기하며, 고민지, 고용선, 김보경, 이시래, 장우영, 한지혜 등이 출연한다. 10월14~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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