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뿌리깊은 ‘성별 임금격차’ 원인 분석한 클로디아 골딘[플랫]
세 번째 여성 수상자…‘격차의 시작, 아이 출생과 연관’ 규명
고강도·고소득 일자리, 여성 전념 어려워…국가 지원 등 제안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노동시장에서 뿌리 깊은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해온 미국 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77)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골딘 교수를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골딘 교수는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 2019년 에스테르 뒤플로에 이어 3번째 여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위원회는 골딘 교수가 기록보관소를 샅샅이 뒤지며 미국에서 200년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 소득과 고용률의 성별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 그리고 어떻게 변했는지, 여성이 세계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과소 대표되는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2021년 번역돼 출간된 <커리어 그리고 가정> 저자로 잘 알려진 골딘 교수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여성 최초 종신 교수로, 매년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는 특히 20세기 들어 여성의 교육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취업하는 여성이 늘어나는데도 남성과 여성 사이 소득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현실에 주목했다. 임금격차가 첫아이 출생과 함께 시작된다는 것도 주시했다.
그는 뿌리 깊은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job)’에서 찾았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높은 노동 강도와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요구하는 직업으로 높은 보수가 따라온다. 반면 이보다 덜 경쟁적인 ‘유연한 일자리’는 낮은 보수가 뒤따르는데 전통적으로 결혼과 육아에 더 많이 공헌해온 여성의 경우 이 같은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전념하기 어렵고,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함으로써 성별 보수격차라는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탐욕스러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유연한 일자리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탐욕스러운 일자리의 보수 수준을 낮추는 대신, 정보기술(IT) 등을 활용해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을 끌어올림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또 다른 방식으로 그는 가족이 육아에 들이는 비용을 국가가 크게 지원함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방식도 제안했다.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골딘 교수는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 이호준 기자 hjl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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