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서 다시 SDGs로 ②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3. 10. 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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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뉴스(UN News)에서 보도한 이스라엘-하마스의 충돌 모습.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사실상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새벽(현지 시각)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수천발의 로켓을 발사하고, 동시에 대원 300여명을 지상에 침투시키는 기습공격을 감행한 뒤 양측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틀 만에 양측 사망자가 하루 110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도 4400명이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공식 ‘전쟁’을 선포하는 등 대대적 반격을 예고했고, 미국 역시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이튿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명의의 성명을 내 ‘슈퍼’ 핵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의 동지중해로 이동시키는 명령을 내리는 등 전진 배치하고 전투기 편대 증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레바논 남부에 근거지를 둔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지한다면서 레바논 및 시리아와 접경한 골란 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 팜스(Shebaa Farms)에 박격포를 쏘는 등 전황이 확전되는 분위기다. 중동은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4차 전쟁 후 50년 만에 위기에 몰렸다.

이스라엘-하마스의 충돌은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시각 9일 오전 8시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상승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다. 하마스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 주요 원유 수출국이고, 향후 이란이 미국 항모전단의 항로를 차단하기 위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국제유가는 더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강진이 발생해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각) 오전 헤라트주 주도 헤라트시에서 북서쪽으로 40㎞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8차례의 강한 여진이 이어졌다. 현지 재난 당국은 현재까지 사망자 2053명, 부상자가 9240명, 주택 1300여채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이튿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태풍 ‘대니얼’이 강력한 폭우를 쏟으며 리비아 동·북부를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이로 인해 2개의 댐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는 홍수가 생겨 지금까지 확인된 정확한 사망자만 3300여명이며, 향후 구호 과정에서 최대 1만명이 확인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홍수로 인한 이재민이 4만3059명이며, 주요 건물 980채가 붕괴하는 등 사회적·물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비아 대홍수 전인 지난달 7일에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사망자 2000여명이 속출했다.

그로부터 7개월여 전인 지난 2월에는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튀르키예 안타키아에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해서 현재까지 사망자만 4만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현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튀르키예 지진은 현재도 복구가 진행 중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만으로도 지난 100년 동안 유럽에서 발생했던 모든 재난을 앞서는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후 전 세계는 끊임없는 자연재난과 무장 충돌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2020년~22년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감염병으로 고통을 받았고, 그 이후 지금까지는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으로 각국의 경제와 사회는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출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은 금융과 투자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수많은 기업에 큰 폭의 경영환경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한국 산업계의 ESG 참여와 공부는 광풍으로 불릴 정도로 두드러졌다. 하지만 ESG발(發) 각종 규제와 기업 공시, 그리고 친환경 투자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한계를 보인다. ESG는 정확한 규제와 선을 만들어 이쪽과 저쪽을 분별할 것을 명확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ESG 구분선 중 하나로 그린 워싱을 들 수 있다. 사회와 기업이 변화하는 과정을 충분히 기다려주기보다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그 과정의 미흡함을 그린 워싱, 소셜 워싱으로 낙인을 찍어 기업 활동에 공포심을 주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회와 소비자를 기만하기 위해 행하는 ‘위장 환경주의’에는 규제와 자정 작용이 필요하지만, 선한 의지를 가진 상당수 기업에 약간의 오차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그린 워싱 낙인’은 결국 공포스런 환경을 조성하고 더 심각한 반환경·반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뿐이다.

이에 반해 유엔(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의 기치는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No One Left Behind’(아무도 뒤에 남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적과 아군이 아닌, ‘지구 환경과 인류 전체의 공존을 위해서’라는 명확한 환경적·사회적·포용적 가치를 부르짖고 있다.

금융과 기업의 투자 기조에서 나온 ESG의 가치가 현재의 지진과 기후 대응, 무력 충돌, 전쟁, 에너지 고갈, 질병 예방 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없다. 물론 SDGs도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다만 지구와 인류라는 본질적인 가치가 어느 곳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ESG를 먼저 시작한 미국과 유럽 등이 최근 SDGs 가치와 행동으로 정책 회귀를 하는 주된 이유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기구,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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