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되면 어쩌나…' 대한배구협회의 사과문
[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각급 대표팀을 총괄하는 대한배구협회(KVA, 이하 배구협회)를 비롯해 프로인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 그리고 배구인들과 배구팬들에겐 '우울한 10월'이 됐다. 가장 바라지 않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서다.
한국 남녀배구대표팀은 지난 8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7위(남자)와 5위(여자)에 그쳤다. 아시안게임에서 배구가 정식 종목을 채택된 뒤 9인제 배구로 진행되던 시기까지를 포함해 남녀대표팀이 동반 노메달이라는 결과를 손에 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구협회는 항저우 대회 폐막일 당일 오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남녀대표팀이 거둔 성적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임도헌 남자대표팀 감독,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여자대표팀 감독과 동행을 마무리한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과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임기가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모를까 사실상 임 감독의 경우 성적 여부를 떠나 임기가 항저우 대회까지로 미리 정해뒀다는 의미다. 문제는 곤살레스 감독이다.
배구협회는 곤살레스 감독 선임 뒤 계약 조건이나 임기에 대해 계속해서 말을 아꼈다. 계약 내용을 상호 합의 아래 공개하지 않기로 했을 순 있다. 그런데 배구협회 사과문을 살펴보면 '여자대표팀의 세자르 감독과는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계약을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하였습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계약 기간이 더 남아있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여자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 앞서 출전한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 전패를 당했다. 사실상 올림픽 본선 진출 무산됐으나 아직 한 번의 '기회'가 있긴 하다.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24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포인트를 쌓아 FIVB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면 올림픽 본선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순 있다.
그런데 내년 VNL도 '곤살레스호' 체제로 갈 뻔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이라도 땄다면 그렇게 됐을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의미다. 배구협회가 임 감독 경우를 제외하고 곤살레스 감독과 계약 종료를 할 수 있던 타이밍은 앞서 많이 있었다.
곤살레스 감독은 두 시즌 연속 VNL 전패와 무승점 경기라는 결과를 냈다. 한국 배구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주인공이 된 셈. 그러나 이런 성적을 냈음에도 곤살레스 감독은 2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배구협회는 최천식 남자경기력향상위원장(현 인하대 배구부 감독, SBS스포츠 배구해설위원)과 김철용 여자경기력향상위원장(전 호남정유, 국가대표팀 감독)의 동반 사의 표명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게 끝일까. 정작 배구협회 '수장'을 맡고 있는 오한남 회장과 집행부에선 아직까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배구계 일각에선 두 사령탑과 남녀경기력향상위원장 사임으로만 끝낼 게 아니란 얘기도 나온다. 도마뱀 꼬리자르듯 책임 소재를 한정되게 물을 게 아니란 의미다.
배구협회가 사과문을 통해 언급한 것처럼 이번 남녀대표팀 동반 노메달은 되려 한국 배구가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수 도 있다.
배구협회는 사과문을 통해 '국가대표팀 운영 방향을 심사숙고하여, 2028 LA올림픽 및 2032 브리즈번올림픽 출전을 위한 새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 11월 중 언론, 배구전문가, 스포츠 전문가, 배구 팬 등 외부인사를 주축으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며 '이를 통해 협회는 국가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한 각 계 각층의 비난과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는 것은 물론 협회가 나아갈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구협회의 사과문을 보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 공청회가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로 마무리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구협회는 해당 사과문을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는 올리지도 않고 있다. 언론 기사를 통해 사과문을 노출시키는 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편 오 회장은 지난 2017년 배구협회 수장에 올랐다. 경기인 출신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어 기대를 모은 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남녀대표팀 동반 노메달이란 결과와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오 회장의 침묵이 길어저선 안된다. 그는 지난 2021년 연임에 성공했고 오는 2024년 1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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