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가 뇌수막염에 잘 걸리는 이유... ‘면역장벽’에 있었다

홍아름 기자 2023. 10. 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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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에 표지 논문 게재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장이 이끈 연구진이 영유아가 뇌수막염에 취약한 원인이 미성숙한 뇌수막 면역 장벽임을 밝혔다. 사진은 이번 논문의 표지 아트로 뇌수막의 일부인 '경막' 내의 혈관(노란색)과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 MHCII(붉은색)를 나타냈다./기초과학연구원(IBS)

국내 연구진이 생쥐 모델로 영유아가 뇌수막염에 취약한 원인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아직 미성숙한 뇌수막 면역 장벽 때문에 영유아가 뇌수막염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뇌 침입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대식세포’의 역할이 중요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0일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장 겸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와 김영찬 IBS 연구원 겸 서울대병원 내과 전임의, 안지훈 IBS 선임연구원 연구진이 영유아가 뇌수막염에 취약한 원인이 미성숙한 뇌수막 면역 장벽임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7일 온라인 게재됐다.

뇌 전반을 감싸고 있는 뇌수막은 면역세포의 이동을 위한 관문 역할을 하는 곳으로 대표적인 중추신경계 경계(Central nervous system border)다. 이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을 뇌수막염이라고 한다. 뇌수막염은 뇌에 직접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뇌염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영유아의 세균성 뇌수막염은 사망률이 15%에 이른다. 생존하더라도 약 15%는 다양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아 정상적인 삶이 어렵다.

뇌수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 세균, 진균에 의한 감염으로 알려져 있으나, 혈액을 통해 인체 내부로 침투한 감염원(코로나바이러스-2 포함)이 어떻게 뇌수막이나 뇌까지 도달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영유아에서 치명적인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보통 성인에서는 뇌수막염을 일으키지 않는데, 그 이유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연구진은 중추신경계 경계를 이루는 경막, 연질막, 맥락막총의 특성을 비교해 뇌수막의 가장 바깥 부분인 ‘경막’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조직임을 확인했다. 이곳에서는 뇌척수액과 혈류 양측이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막에 있는 정맥동혈관이 뇌수막염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임을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뇌수막염 바이러스 감염 생쥐 모델을 이용해 영유아와 성인에서 나타나는 뇌수막염의 감염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후 28일의 어른 생쥐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이 뇌수막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생후 7일의 새끼 생쥐에서는 뇌수막염 바이러스가 경막의 정맥동혈관으로부터 뇌에 퍼지면서 염증이 악화되고 생존율이 10%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감염 차이의 원인을 경막 내 면역세포에서 찾았다. 면역세포를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새끼 생쥐에는 어른 생쥐에서 보이는 성숙한 면역세포가 다양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나아가 각 면역세포에 대한 제거 항체를 투여하거나, 특정 면역세포가 제거된 유전자 변형 생쥐 모델을 살펴 경막 대식세포가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막 대식세포 중 정맥동혈관 주변에만 밀집되어 있는 MHCIIhi(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class II) 대식세포가 감염 차단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새끼 생쥐에게는 이 대식세포가 결핍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MHCIIhi 대식세포들이 혈류를 타고 경막 정맥동혈관을 통해 경막 조직으로 이동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중추신경계 경계 부위 간 혈관내피세포들을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을 통해 비교한 결과, 경막 정맥동혈관 내피세포는 다른 부위와 달리 면역세포 이동을 촉진하는 세포접합단백질을 높게 발현했다. 이것이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으로 대식세포가 모여드는 원인이었다.

이번 연구로 밝힌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정상적인 어른 생쥐의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 대식세포를 제거했다. 이때 뇌수막염 바이러스는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과 연질막까지 퍼졌다. 이로써 경막 정맥동혈관 주변에 밀집된 MHCIIhi 대식세포가 바이러스의 뇌 침입 감염을 방어하는 면역장벽 형성의 핵심임을 증명했다.

연구의 제1저자인 김영찬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혈액-뇌 장벽의 미성숙으로 인해 영유아가 뇌척수막염에 취약하다는 기존의 학설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며, “연구를 통해 영유아에서 뇌수막염이 치명적인 새로운 원인을 밝히고, 뇌수막 정맥동혈관주변 면역세포가 바이러스 감염 보호에 중요하게 작용함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안지훈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고규영 단장은 “뇌의 인지기능, 신경계 질환, 감염질환 등에 대한 전혀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Immunology(2023), DOI: https://doi.org/10.1126/sciimmunol.adg6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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