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논란…'국위선양'이 뭐길래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23. 10. 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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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국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한국과 대만의 경기. 2 대 0 으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이 마운드 위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오싱(중국)=황진환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한 선수 선발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 참석, 스포츠와 야구 종목에 이해도가 떨어지는 몇몇 국회의원들로부터 굴욕적인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이후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 리그는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변경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는 대회 기간에 KBO 리그를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국가대표 선발 나이 제한을 적용해 대회 기간 내 각 구단의 전력 손실을 최소화 하고 향후 대표팀을 이끌어 나갈 선수들을 발굴하고자 했다.

취지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오히려 '역대급' 병역 혜택 군단이 탄생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무려 19명의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이는 역대 최다 인원이다.

예전부터 야구 종목의 경우 아시안게임이 기회의 무대로 여겨진 건 사실이다.

아시아 야구 최강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일본프로야구 주력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는다.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참가한다. 그들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지만 프로 선수들과 비교할 건 아니다. 대만은 강팀이고 이번 대회에서 한 차례 한국을 꺾기도 했지만 한국이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 과정은 늘 주목받았고 논란도 양산했다. '아시안게임 = 군 면제 혜택 기회'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야구가 특히 심하다.

축구의 경우 일부 선수에게 병역 해결은 곧 해외 진출의 문이 크게 열리는 것을 뜻한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로 병역 혜택을 통해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때마다 어색한 풍경이 펼쳐진다. 병역 혜택이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된 게 뻔히 보이는 선수 누구도 그런 말을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 게 무엇보다 기뻐보이는 선수 누구도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7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2대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병역 특례 제도는 1973년도에 도입됐다. 예술, 체육계 종사자들이 한국을 널리 알리고 국위 선양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다. 스포츠에 한해 지금은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병역 혜택을 받는 기준이 됐다.

핵심은 '국위 선양'이다.

다시 야구를 예로 들면,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사회인야구 팀을 이기고, 미국이나 도미니카 공화국 등 야구 강국이 아닌 아시아의 강호 정도인 대만을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한국을 널리 알리는 일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야구 대표팀이 이번 대회를 통해 받게 된 병역 혜택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향후 아시안게임에 적용될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목소리는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끝났을 때도 나왔지만 흐지부지됐다.

지금 시대에 '국위 선양'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은 이미 다방면에서 널리 알려졌고 또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는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의 가치가 높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BTS(방탄소년단)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국위 선양의 가치를 따졌을 때 최근 몇 년 동안 그들보다 한국을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린 이들은 없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일이다. 양궁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과 이우석이 붙었다. 이우석은 당시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금메달 획득은 조기 전역을 뜻했다. 이 경기에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승부는 김우진의 마지막 한 발에 두 선수의 메달 색이 결정되는 상황까지 갔다. 김우진은 그 순간 실수인 척 후배를 배려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주저없이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고 금메달을 가져갔다. 이우석은 조기 전역의 기회를 놓쳤지만 결과를 받아들였다. 두 선수는 입을 모아 말했다. "한국 양궁에는 그런 거 없다"고.

그리고 이우석은 민간인 신분으로 참석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임시현과 함께 혼성전 금메달을 획득해 자카르타의 한을 풀었다. 이우석의 스토리는 한국 양궁의 위상과 정정당당한 승부의 가치를 널리 알린 일화다.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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