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시치 대신 썼는데..." 프랑스 역대 득점 1위 지루, 세리에 8R 최고 골키퍼에...도대체 왜?
[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올리비에 지루가 이탈리아 세리에A 이주의 팀 골키퍼에 올라 화제다.
세리에A 사무국은 9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8라운드 이주의 팀을 공식 발표했다. 로멜루 루카쿠(AS로마), 마티아스 베시노(라치오), 지아코모 보나벤투라(피오렌티나), 레안드로 파레데스(AS로마), 페데리코 가티(유벤투스) 등이 선정됐다.
골키퍼는 놀랍게도 지루였다. 스트라이커 지루는 지루는 커리어 초반엔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다 2011-12시즌 몽펠리에 소속으로 프랑스 리그앙 36경기에서 21골 12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빅클럽들 러브콜을 받았다. 다수의 빅클럽 구애 속 지루는 아스널 유니폼을 입었다. 아스널 데뷔 시즌부터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고 11골을 넣으며 기대에 보답했다. 이후 매 시즌마다 두 자릿수 득점을 넣어 아스널 주포로 발돋움했다.
큰 키를 활용한 제공권 장악이 강점이었다. 포스트플레이로 공 소유권을 확보해 정확한 패스로 공격 전개를 펼치는 연계력도 지루의 최고 장점이었다. 패스 축구를 기반으로 하는 아스널 색깔과 완전히 부합했고 지루는 승승장구했다. 프리미어리그(PL)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군림하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지루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2017-18시즌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이 오자 주전에서 밀렸다. 이에 출전시간 확보를 위해 첼시로 이적했다. 첼시에서 백업 공격에서 머물렀지만 나올 때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11골을 넣으며 우승에 일조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백업을 벗어나지 못했고 올여름 로멜루 루카쿠가 오자 팀을 떠났다.
차기 행선지는 AC밀란이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한 활약을 보였다. 2021-22시즌 세리에A에서 11골을 넣으면서 스쿠테토(세리에A 트로피)에 기여했다. 2022-23시즌엔 13골을 기록해 전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렸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5골을 넣어 준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도 리그에서만 4골 3도움을 올리며 AC밀란 주전 최전방 자원으로 뛰고 있다.
프랑스 A매치 역대 1위이기도 하다.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지네딘 지단 등 프랑스 전설들을 다 넘어섰다. 이렇듯 명실상부 스트라이커인 지루가 골키퍼로 뽑힌 건 제노아전을 봐야 한다. 지루는 후반전 돌입 후 교체됐다. 밀란은 지루가 투입된 시점부터 좌우 윙어,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러한 전략이 결국 적중했다. 수비진들이 지루와 요비치를 마크하느라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가 됐다. 후반 42분 유누스 무사가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풀리시치가 감각적인 터치로 볼을 살린 다음 침착하게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AC밀란은 마지막 교체 카드로 다비데 바르테사기를 투입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악재가 발생했다. 후반 추가시간 마이크 메냥이 상대와 경합 이후 비디오 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받은 것. AC밀란은 이미 교체 카드 5장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했다. 이때 베테랑 스트라이커 지루가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다. 지루가 골문에 서자마자 위기에 봉착했다. 제노아가 메냥의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다. 다행히 슈팅은 수비 벽에 맞고 굴절돼 골대에 맞으며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공교롭게도 제노아의 호셉 마르티네스 골키퍼도 퇴장을 당했다.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공격에서 공격에 가담했던 마르티네스 골키퍼는 밀란의 역습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깊은 태클을 범해 경고를 받았다. 이미 한 장의 경고가 있었던 마르티네스 골키퍼는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게 됐다.
종료 직전 일대일 위기에서 게오르게 푸스카스를 저지하는 슈퍼세이브까지 선보였다. 후반 추가시간 14분 게오르게 푸스카스가 공을 몰고 지루를 지나치려는 순간 지루가 손으로 이를 쳐냈다. 이후 세컨드 볼을 잡아내며 제노아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결국 밀란은 지루의 활약 속에 1-0으로 제노아를 제압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지루에게 집중됐다. 선수 생활 황혼기 갑작스럽게 골키퍼 역할을 맡았지만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경기 종료 후 지루는 이탈리아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런 순간을 경험한 적이 없다. 팀이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는 끝까지 싸웠고, 좋은 선방도 했다. 크로스바 운도 좋았다. 우리는 사자처럼 싸웠고 팬들이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도 지루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지루가 메냥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가 우리 정신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싶다. 처음에 지루는 풀리시치가 과거에도 골키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가 들어가길 원했다. 하지만 나는 프리킥 상황이고, 풀리시치는 키가 작다고 말했다. 그 이후엔 잘 됐고, 운도 따랐다"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젠 밈이 됐다. UEFA 유로 2024 예선을 앞둔 프랑스 대표팀은 "목록을 업데이트해야 했다"라며 메냥, 알퐁스 아레올라, 브리스 삼바와 함께 지루를 골키퍼에 올리는 장난기 넘치는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다. 프랑스 대표팀에 합류한 지루가 프랭크 라비오 골키퍼 코치와 제노아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도 공유됐다.
AC밀란은 아예 지루 이름이 마킹된 골키퍼 유니폼을 팔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매체 '골닷컴'에 따르면 AC밀란은 "지루는 제노아전 마지막 순간 용기 있는 세이브로 역사의 일부를 완성했다. 구단은 그를 골키퍼 명단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제 팬들은 '지루 9'가 새겨진 골키퍼 유니폼을 맞춤 제작하고 구매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지루는 AC밀란 구단 홈페이지에 골키퍼로 등록되어 팬들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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