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공급량 감소 추이 심각하다"…청정에너지 전환 더뎌지나
세계 광산업계에서 구리에 대한 초과 수요 현상이 장기간 심화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구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를 것이란 이유에서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본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신규 광산을 개발하는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지난 5~6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FT 광업포럼에서 구리 시장에서 장기간 초과 수요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채산성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 최대 구리 채굴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의 캐슬린 쿼크 사장은 FT에 "구리 가격이 상승하는 것만으로는 공급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에는 다른 요인이 있고,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 느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산업계가 구리 시장의 초과 수요를 우려하는 배경엔 에너지 전환이 있다. 구리는 당초 생산 설비와 파이프 라인 등 제조업에서 주로 활용하는 원자재였다. 최근 들어 전기차, 재생 에너지가 확대되자 전기 배선용 구리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차 한 대 제작에 들어가는 구리 규모는 휘발유·디젤 차량의 경우 8~22kg 정도에 불과하다. 전기차는 83kg에 달한다. 또한 해상풍력발전소에선 전기 1㎿를 생산하기 위해선 구리 15t이 필요하고, 태양광과 육상풍력발전소의 경우 최소 5t의 구리가 있어야 한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계획을 추진하는 선진국 국민의 1인당 구리 소비량은 연간 200~25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평균값(60㎏)의 3~4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구리 수요와 공급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S&P 글로벌은 2035년에 구리 수요와 공급 격차가 5000만t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기적으로 구리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올해 구리 가격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801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일 기록한 연중 최저점(7823.75달러)에서 반등했지만, 지난 1월 연중 최고치인 9436달러에서 15% 하락한 수치다.
세계 경제가 단기 불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이는 구리는 가격의 추이가 산업 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올해 초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리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내 중국 경기가 둔화하며 구값도 내리막을 탔다. 미국과 유럽의 산업생산도 부진하면서 구리 재고는 급증했다. LME의 구리 재고는 9월 한 달간 6만 6025t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월간 최대 증가량이다.
시장에선 구리 가격이 단기간 하락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급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리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서다. 구리 광산은 주로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 밀집해 있다. 인프라가 낙후된 탓에 구리 채취용 대형 광산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공급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 이미 개발된 광산의 채산성은 점점 감소하는 상태다.
보통 광산업체가 신규 광산을 개발하는 데에 10~15년이 걸린다. 그동안 최소 수십억 달러를 투자금을 우선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광산 개발을 완료해놓고도 해당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광산 채굴권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광산업체가 신규 광산 개발을 꺼는 이유다.
RBC캐피털마켓의 원자재 투자책임자인 파리드 다다셰프는 "더 긴 허가 일정, 더 높은 인플레이션, 줄어드는 구리 채산성 등을 감안하면 구리 공급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탈탄소화 목표는 구리가 부족해서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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