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정부 총리실 16회 여론조사 비용 990만원에 업체와 수의계약

최지영 기자 2023. 10. 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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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10일 2022년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기본경비 결산 자료, 여론조사 용역 과업지시서
文 정부 총리실, 없던 ‘정책연구비’ 항목 신설 후 1870만 원 투입해 주요 정책 현안조사
2021년 8월~2022년 5월 33회 걸쳐 45개 정책 현안
여권, 국가재정법 취지 위배 사항 지적
‘김부겸 총리 퇴임 후 역할’ 등 질의 문항 포함···“특정 정치인 우호 여론 조성 시도” 비판
윤 의원 “근거 없는 예산 편성·정치 편향 소지 현안조사 실시, ‘깜깜이’ 예산 환수 조치 검토해야”
국무총리비서실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전경.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이 임기 말 2년간 없던 예산 약 2000만 원을 자체 편성해 각종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현안조사를 사실상 무단으로 시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총리실이 추진했던 현안조사는 추진 과정에서 국회 승인을 받지 않았던 사안이다. 일부 조사 항목에 정권 편향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거나 용역 계약 과정에서 통상적인 여론조사 단가보다 낮은 액수를 여론조사 업체에 지불했던 점 등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2022년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 기본경비 결산 자료’에 따르면, 문 정부 총리실은 정권 말 2년간 매년 1000만 원을 예산 결산 내역에서 변경해 ‘정책연구비’를 자체 편성한 뒤 총 1870만 원을 들여 ‘주요 정책 현안조사’를 실시했다. 총리실은 이후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3회에 걸쳐 총 45개의 정책 관련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여론조사를 총리실 내부적으로 진행했다.

총리실이 사전에 국회에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자체 편성한 것이 재정 운영의 기초가 되는 ‘국가재정법’의 취지를 위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애초 예산에 계상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의 예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해 5월 2일 총리실은 ‘김부겸 총리 퇴임 후 역할’을 묻는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와 관련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 전 총리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한 시도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원로인 김 전 총리에 대한 의견을 일회성으로 묻고자 했던 취지였다"며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혔고, 현재는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용역 계약 체결 과정에서 실제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업체 A사와 맺은 금액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서 ‘헐값’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가 입수한 총리실 여론조사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총리실은 당시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각각 500명,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 조사(ARS)를 시행했다.

총리실은 A사에 용역 의뢰 비용으로 2021년 8월 20일부터 12월 17일까지 17회(29개 주제) 여론조사를 하는데 880만 원, 2022년 1월 7일부터 5월 2일까지 16회(16개 주제) 조사를 하는데 990만 원을 지급하는 수의계약을 맺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경우 등 사유가 있으면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고 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감염병 예방 및 확산방지 ▲국가안전보장 ▲국가의 방위계획 및 정보 활동 등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당시 계약 사정을 잘 아는 A사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 정책 수립, 홍보에 아이디어를 얻고자 취지의 여론조사로 부처 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던 것으로 안다"라면서도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과 여론조사 계약을 맺어 인지도를 쌓으면 다른 여론조사 건으로도 관계가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어 저렴한 가격에 조사를 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추가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권 말 적절한 설명과 근거 없이 예산을 편성하고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현안조사를 한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국회에서 승인하지 않은 사업의 무분별한 집행, 예산 낭비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깜깜이’로 집행된 예산은 환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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