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산업장관 “한전 적자, 전 정부서 전기료 진작 못 올려서”[국감 2023]

이진주 기자 2023. 10. 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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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한국전력의 현 재무 위기는 전 정부 시절 전기요금을 적절히 인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을 kWh당 25원 인상해야 한다는 한국전력 측 입장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신임 방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첫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에 관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질의에 “진작 (전기요금) 베이스를 올려야 하는데, (전 정부가)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해왔으니까 이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고 답했다.

방 장관은 한전의 지속적인 적자로 내년에는 한전채 발행마저 막힐 지경에 처했다는 양 의원의 후속 질의에 “적자 구조의 원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 말씀을 안 하신다”며 “전기요금을 진작 올려놨으면”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한전은 2021년 이후에만 47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약 201조 원으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다.

양이 의원은 “한전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 최대한 늘리더라도 6배 이상 내지 못하도록 법으로 산정돼 있다”며 “내년 3월 주주총회가 지나서 적립금이 줄면 더 이상 견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 장관은 “자금조달 방법은 다양하다. 한전채 발행은 회사채에 한정된 거고 은행에서 차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며 “지주은행에서 차입하면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전환사채(CP)를 발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방 장관은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최근 언급한 킬로와트시(kWh)당 전기요금을 25원 수준까지 올리는 인상 방안에 대해서는 “그런 정도의 인상률은 국민 경제가 감당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방 장관은 “(앞서) 1년간 40%를 올렸는데 지금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더 얘기를 꺼내겠나”라며 “에너지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부터 바로잡는 노력이 전제된 이후에 그런 숫자를 논의하고 언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방 장관은 최근 취임 이후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전 등 공기업들의 추가 내부 개혁과 자구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지속해 피력해왔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전기요금을 약 40% 올렸지만 한전의 수익 구조는 정상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첫인상(6.9%)을 제외하고는 모두 윤석열 정부 들어 요금 인상이 이뤄졌다.

원전 산업 확대 및 재생에너지 지원 강화에 대한 여야 간 공방전도 이어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전기요금 해결책을 위해서는 경제성이 있고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원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믹스’(전력발생원 구성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 장관은 “정부도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고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조기에 복원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연도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율을 보면 문재인 정부 때 평균 18%가 늘어났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며 “재생에너지 예산은 전년 대비 거의 43% 삭감했고 원전은 1400% 늘었다”고 지적했다.

방 장관은 “지난 5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평균 3.5기가와트(GW)씩 늘렸는데 앞으로 2030년까지 5.3GW씩 더 늘려야 된다. 거의 60~70%씩 더 늘려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서 그만큼 더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 삭감에 대해서는 “(그동안) 워낙 많이 지원했는데 일부 조정하기 위해서 줄인 것”이라고 답변했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발주를 받을 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언제까지 달성할 수 있느냐는 요구까지 받고 있다”며 “산업부에서는 RE100을 추진할 의지가 없는지 포기했는지 수요조사조차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 장관은 “정부가 국가탄소감축목표(NDC)도 발표하고 거기에 따라서 2030년까지 차근차근히 신재생 확대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며 “RE100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무탄소에너지(CFE) 얼라이언스 이니셔티브를 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국제적으로 연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확전된다면 과거처럼 유가가 급등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방 장관은 “정부와 민간의 (유류) 비축량을 합해볼 때 약 8개월분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감이 가실 때까지 (유류)비축량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시장의 유가 요동에는 대응할 여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다양한 대비책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으로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지역 통상·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 장관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전략 자원들, 광물, 원자재 부문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방 장관은 “수출이나 현지 기업의 비즈니스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금 당장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현지 무역관들이나 사업체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핫라인을 가동해서 다양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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