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기온 1도 더 오르면 40억명이 견디기 힘든 더위 겪는다

문세영 기자 2023. 10. 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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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도 가량 높다.

여기서 1도 더 오르면 인간 스스로 체내 열을 식히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러 계속 체온이 상승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할 경우, 앞으로 1도 더 상승하면 파키스탄과 인도의 인더스강 계곡에 사는 22억 명, 중국 동부에 사는 10억 명,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8억 명이 매년 인간의 한계를 넘는 더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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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퍼듀대
지구 온도가 1도 더 오르면 인간이 체온 조절 능력을 잃게 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piyaset/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도 가량 높다. 여기서 1도 더 오르면 인간 스스로 체내 열을 식히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러 계속 체온이 상승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퍼듀대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돼 앞으로 지구 온도가 더욱 높아졌을 때를 가정한 모델링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10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고 화석 연료를 태웠다. 이는 전 세계 온도가 1도 상승하는 원인이 됐다. 위기를 감지한 글로벌 사회는 2015년 열린 파리협정에서 산업화 전보다 1.5도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동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팀은 최악의 경우 1.5~4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가정한 모델링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인간의 한계를 초과한 열과 습도 조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습구 온도의 한계는 31도다. 습구 온도는 온도계 수은주 끝에 물로 적신 솜을 감싸 측정한 온도로 대기 중 상대습도가 100%일 때의 온도를 의미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인류 역사에서 이처럼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온도와 습도 조합이 중동 및 동남아시아에서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한 번에 몇 시간 동안 이런 상태가 유지됐다는 기록이 있다. 

연구팀은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할 경우, 앞으로 1도 더 상승하면 파키스탄과 인도의 인더스강 계곡에 사는 22억 명, 중국 동부에 사는 10억 명,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8억 명이 매년 인간의 한계를 넘는 더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합해서 약 40억명으로 전세계 인구 기준 약 절반에 달한다. 

고온고습 환경은 땀의 증발을 막는다. 중하위 소득 국가에서는 에어컨 등을 이용한 쾌적한 실내환경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스란히 건강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3도 더 높아지면 미국 동부 지역과 중부 지역으로 영향이 확장되고 남미와 호주 등도 극심한 더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지난 2021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폭염으로 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때의 더위는 인간의 임계점을 넘지 않은 더위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더욱 치명적이고 위협적인 더위를 경험하게 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더울 때 땀을 흘리고 열을 발산하며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특정한 온도와 습도 조합에서는 땀이 증발하지 못해 열이 식지 않고 열탈진, 열사병, 심혈관질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재의 기후 변화가 이어지면 앞으로 인간의 체온 항상성이 깨지면서 인간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기 힘든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현재 전세계 기후 위기 전략이 ‘기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습한 상태는 건조한 상태보다 훨씬 위협적이라는 점에서 온도와 습도를 모두 타깃으로 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낮은 온도와 습도 수준에서도 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위협을 받는다는 점에서 노약자 돌보기 정책 또한 필요하다고 보았다. 1995년 시카고 폭염으로 사망한 939명의 대부분이 65세 이상 연령이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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