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문자 장벽 치워라"…아이메시지에 삼성·구글·EU 전방위 압박
EU도 아이메시지의 DMA 위반 여부 초점…제2의 USB-C 될까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구글에 이어 삼성전자와 EU(유럽연합)도 애플의 자체 메시지 서비스 '아이메시지(iMessage)'를 저격하고 나섰다. 애플이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채택한 차세대(3세대) 문자 규격인 'RCS'를 거부하고 폐쇄적 서비스를 고수하면서 이용자 간 불편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과 함께 애플이 RCS 규격을 도입하도록 함께 설득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이동통신 3사와 함께 '채팅+'라는 이름의 RCS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이날 공식 유튜브를 통해 '초록 방울과 파랑 방울은 함께하기를 바란다. 애플이 도와라'는 제목의 짧은 광고를 게시했다. 해당 광고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두 주인공이 문자를 나누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안드로이드 가문의 로미오와 애플 가문의 줄리엣이 서로 만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스토리인 셈이다.
광고 속 로미오가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싫어. 너희 부모님(애플)한테 얘기해볼 수는 없는거야?"라고 묻자 줄리엣은 "노력해봤지만 부모님은 우리가 떨어져 있기를 바라고 있어. 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라고 답한다. 이에 로미오는 "초록색(안드로이드)이 너희 부모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거야? 우리도 똑같은 방울이야"라고 토로하고, 줄리엣 또한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라고 화답한다.
별다른 설명 없이 몇 마디 문자메시지로 이뤄진 짧은 광고지만, 삼성전자는 광고 제목을 통해 애플 아이메시지와 안드로이드 RCS의 호환 필요성을 명확히 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 등 애플 제품끼리만 연동된다. 같은 통신망을 쓰더라도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과는 기능이 연동되지 않는다.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높은 보안성을 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구글 등의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이미 RCS가 정착한 상황이다. RCS 또한 종단 간 암호화가 적용돼 이용자 간 보안을 강화할 수 있고, 마치 카카오톡처럼 와이파이 환경에서 메시지나 사진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이 RCS 도입을 거부하면서 이같은 장점에 한계가 나타나는 셈이다. 애플은 비(非) 애플 제품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경우 2세대 규격인 SMS/MMS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러다보니 아이폰으로 안드로이드폰에 사진·동영상 등을 보낼 경우 화질이 저하되거나 특정 환경에서는 아예 전송조차 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아이메시지는 파란색 말풍선, SMS/MMS는 초록색 말풍선으로 구분돼서 표현된다. 즉 상대가 아이폰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미국 등에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이폰이 아니면 배척하는 차별 이슈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구글은 애플이 아이메시지와 SMS/MMS를 고집하면서 안드로이드폰-아이폰 간 문자 메시지 송수신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든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수년 전부터 광고, 웹사이트, SNS(소셜미디어) 캠페인 등을 통해 애플에게 RCS 채택을 촉구하고 있지만 애플은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9월 RCS는 애플의 우선순위가 아니고, 아이폰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기능도 아니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같은 기업 간의 대립에 더해 EU도 아이메시지의 폐쇄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디지털 시장법(DMA)가 시행되면서 EU의 반독점 규제 당국은 지난 달부터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DMA 준수 여부를 본격 조사 중이다.
특히 EU는 애플에게 있어 아이메시지와 다른 메시징 서비스 간 경쟁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당국은 애플의 아이메시지 사용자 규모, 기업의 아이메시지 의존 정도, 아이메시지가 애플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판단하고 있다.
EU는 이르면 내년 1~2월 조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아이메시지가 DMA를 위반했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애플이 새로운 메시지 서비스를 도입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애플은 EU의 강경한 규제에 11년 만에 백기를 들고 아이폰15에 라이트닝 충전단자 대신 USB-C를 최초 도입했다. 그간 독점성, 폐쇄성을 고수해 온 애플이 또 한 번 EU의 규제에 아이메시지 고집을 꺾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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