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마 쪼개니 ‘하얀 가루’가…말레이 마약상, 250만명치 필로폰 들였다
시가 222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금까지 경찰에 적발된 순수 필로폰 유통량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한국·말레이시아·중국 조직원 26명을 검거하고 그중 16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시가 2220억원 상당의 필로폰 74kg를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약 246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필로폰 단일 유통 적발 사례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마이클’이라 불리는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을 중심으로 각 국가 조직원별로 역할을 분담해 필로폰을 들여왔다. 필로폰을 직접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 국내에 밀반입하면 한국 조직은 반입 경로를 확보해주고 필로폰 운반·보관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국 조직은 주로 필로폰 유통과 판매를 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국제화물로 들여오는 나무도마에 필로폰을 숨기는 등의 수법으로 마약을 밀반입했다. 국내에 거처를 마련한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피로폰을 수령하면 한국 및 중국 조직이 이를 받아 유통하는 식이었다. 인편으로도 밀반입이 이뤄졌다. 몸에 마약을 붙이고 두꺼운 옷으로 숨기는 수법이었다. 이렇게 들여온 필로폰은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됐다.
이들은 74kg의 필로폰을 한국에 유통한 뒤 약 100kg의 대량 필로폰을 추가 유통하려고 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총책 마이클은 필로폰 100kg을 나무도마에 숨긴 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선적대기하던 중 중국인 유통책 2명이 검거된 사실을 인지하고 화물을 즉시 회수했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30대 여성 필로폰 투약자를 수사하던 중 중국인 유통책 2명을 검거했다. 이후 전담 수사팀을 꾸려 마약 입수 경로를 본격 추적해 대규모 조직의 실체를 확인했다. 경찰은 3개월간 10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한 끝에 필로폰 27.8kg(약 92만6000명 투약량, 시가 834억원 상당)을 수거하고 국내 유통을 사전 차단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윤희근 경찰청장이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청장과 마약류 확산 방지를 위해 공동 대응하고, 양국 정부의 대응 정책과 수사 정보를 공유하기로 협약한 만큼 말레이시아 경찰과 공조할 예정”이라며 “한국 조직 총책을 비롯해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아직 국내 유통되지 않고 남은 필로폰을 수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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