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고유가 유탄 맞나… 인플레·수출 리스크 더 커졌다

박정민 기자 2023. 10. 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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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고조되며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원유와 천연가스(LNG) 도입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거 중동전쟁 당시 오일쇼크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범아랍권의 원유 수출 보복(1차 오일쇼크)을 불러온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과의 유사성을 거론하며 유가 폭등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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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위기에 유가 4% 급등
중동産 원유 의존도 60% 달해
“오일쇼크 악몽 재현되나” 불안
정부는 “에너지 도입 차질없다”
확전 땐 ‘상저하고’ 장담 못해
슬픔 9일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 하마스 무장세력과 싸우다 사망한 이스라엘군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전역에 500회 이상의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고조되며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원유와 천연가스(LNG) 도입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거 중동전쟁 당시 오일쇼크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고유가가 현실화할 경우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 불안으로 인해 정부가 확신하는 경기의 ‘상저하고’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내외 금융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도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5원 낮은 1348.4원으로 개장한 뒤 134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도 장 초반 1% 넘게 올라 2440대 중반을 회복했다. 간밤 뉴욕증시도 나스닥이 0.39% 오르는 등 모두 상승 마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제 금융시장 움직임은 제한적”이라면서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긴급대책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전쟁 영향으로 4%나 급등하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두 산유국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원유 주요 공급로인 중동 호르무즈 해협과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음에도 전쟁으로 인한 감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도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에 대해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의 대(對)중동 원유 의존도가 전체 수급량의 6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전쟁의 확전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 9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명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강조하기 위한 이스라엘 국기 모양 조명이 비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일각에선 범아랍권의 원유 수출 보복(1차 오일쇼크)을 불러온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과의 유사성을 거론하며 유가 폭등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해 원유 자체 감산이 불가피해지면 중동 원유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원유 가격이 국내 물가 전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며 올 상반기 2%대까지 물가를 잡았지만, 다시금 3%대로 진입한 상태다. 중동발(發) 전쟁으로 물가 3%대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 가격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 위축, 산업계의 원가 부담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고유가로 인한 수출 부진, 원유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역조도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동절기를 앞두고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는 정부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 수밖에 없다.

박정민·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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