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K리그 대충 보겠다는 선언, 혹은 엄포, 그리고 KFA의 방관…클린스만 감독과의 불편한 동거 ‘당분간’ ing[SS포커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기조는 확정됐다. 최악의 여론에도 그가 변할 일은 없다. 당분간 이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9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철학, 대표팀 운영 방안에 관한 생각을 조목조목 드러냈다.
사실상 수많은 논란을 일축하며 앞으로도 자신이 해오던 방식으로 일하겠다고 선언하는, 혹은 엄포를 놓는 자리였다.
특히 잦은 외유, 대표팀과 관련 없는 해외 출장에 관해 클린스만 감독은 “여론이나 팬의 걱정은 지속해 듣고 있다. 어떤 분위기인지 안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관해 잘 안다고 하면서도 “내가 늘 이야기하는 대표팀 감독의 역할과 한국 축구 팬이 익숙한 방식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K리그 감독이 아니다. 그게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업무수행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론, 비판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키워드로 제시하는 ‘국제 감각’이라는 가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균형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유럽파, 국제 흐름 등을 강조하며 자세하게 언급하지만 K리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추상적인 설명으로 어물쩍 넘어간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유럽파를 제외한 스쿼드를 채우기 위해 현장에서 K리그를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그는 “경기를 많이 봤다”라는 말로 회피하는 대신 “연령대 대표팀 선수들이 중요하다. 그 선수들이 미래의 대표 자원”이라며 묻지도 않은 연령대 대표팀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명단을 보면 클린스만 감독이 K리거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는 컨디션, 경기력이 떨어진 K리그 선수들이 포함됐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자신도 최상의 상태가 아닌 선수들을 호출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 간의 이해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소집에서는 그런 점을 많이 생각했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 팀의 리더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의 시각에서 기술적인 것 이외의 부분을 생각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그 무엇보다 핵심 선수, 특히 유럽파의 의견과 그들과의 ‘케미’가 중요한 만큼 선수들의 선호도에 따라 선발하겠다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K리거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낮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단기간에 소집하는 팀이고,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감독의 역량이고 주요 과제다. 클린스만 감독의 방식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성의, 혹은 태도다. 케미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오직 선수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직무 유기다. 감독 스스로 신선한 선택지, 옵션을 제시하지도 않고, “지속성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아는 얼굴만 선택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은 유럽파의 비중, 연령대 대표팀의 중요성을 몰라서 K리그 현장을 누빈 게 아니다. 한두 명이라도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자원이 있으면 선발하고 팀에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부지런히 일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지나치게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만 일하려고 한다. 비판받는 것은 알지만 여전히 그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렇게 준비된 자리에서 확신을 갖고 발언한 것을 보면 대한축구협회도 클린스만 감독을 통제할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면 협회도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를 방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봐도 억측은 아니다. 계약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상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당당하게 발표했던 협회는 불과 7개월여 만에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위반에 가까운 행위를 방관하는 지경에 도달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통제해야 할 협회가 손을 놓았으니 중간 평가의 장이 될 다음해 아시안컵까지는 이런 식으로 일하는 낯선 외국인 사령탑의 행보를 불편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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