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예술가들 살해 위협… 300개 영화제 구출 호소, 응답은 두 곳뿐”
모흐셴·하나 마흐말바프 감독 부녀
“전세계 영화제 300곳에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내며 미군 철수 뒤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예술가들을 한 명이라도 구출해달라고 호소했어요. 실제 손을 내밀어 준 건 독일과 프랑스의 영화제 단 두 곳 뿐이었습니다.”
8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한 극장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 다큐멘터리 영화 ‘강가에서’와 ‘아프간리스트’의 감독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란 영화인 아버지 모흐셴(66)과 딸 하나(35) 마흐말바프 부녀(父女) 감독이 말했다. 모흐셴 감독은 “대부분 ‘아프간에 대사관이 없다’ ‘코로나로 영화제를 못 연다’고만 했지만, 독일의 한 영화제가 노력해 68명, 프랑스 한 영화제가 1명을 추가로 구했다”며 “여러분 각자가 기억하고 목소리를 낼 때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아프간의 비극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마흐말바프 가족은 부부와 두 딸까지 영화감독으로 숱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란 영화인 가족. 지난 40여년 간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영화도 10여 편을 만들었다.
아버지 모흐셴은 50분 분량 중편 ‘강가에서’의 내레이션을 직접 맡아 “신은 세상을 창조하는데 7일이 걸렸지만, 아프간을 깔아뭉개는데는 6일이 걸렸다”고 말한다. 소비에트 침공, 군벌 내전, 탈레반의 발호, 9·11테러와 미국의 점령, 파키스탄 개입, 미국 주도 연합군 철수로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와 아프간에 관해 만든 영화들을 교차 편집했다. 그는 “영화가 아프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영화를 한꺼번에 모아 요약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했다.
둘째딸 한나의 65분짜리 다큐 ‘아프간리스트’에는 아프간 주둔 연합군 철수 때 수송기 바퀴에 올라탔다가 공중에서 낙엽처럼 떨어지는 아프간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당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바로 그 영상. 다큐는 마흐말바프 가족이 탈레반이 재집권하면 고문과 처형을 피할 수 없는 처지인 아프간 예술인과 그 가족 800여명을 구조하려 백방으로 뛰는 모습을 담았다. 추락 영상은 그 과정에서 세계 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공개했던 것이다. 마흐말바프 가족은 카불공항 현장의 예술가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미국·영국·프랑스의 지인들을 통해 호소하다 계속 벽에 부닥치고, 끝내 서로 껴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들은 지금까지 800여명 중 357명을 구해냈다.
한나 감독은 “세계가 아프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가고 있다.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이 영화를 통해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들었다”고 했다.
모흐셴은 이란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 탈레반 집권 아프간에 관한 영화 ‘칸다하르’(2001)로 칸영화제 에큐메니칼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영화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역대 최고 영화 100편에 선정됐다. 마흐말바프 가족은 강경파 대통령이 당선된 2005년 대선 이후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이란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사실상 망명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이날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에는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참석했다. 부산영화제에 10번 이상 방문했던 모흐셴 감독은 “부산영화제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김 위원장은 내 한국 아버지(Korean father)”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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